2024.04.25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당신의 마음 건강, 안녕하십니까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 안녕함을 부르는 듣고자 하는 마음

최근 찾아간 대한종양내과학회 항암치료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현명한 암 환자를 위한 6가지 수칙’이 공개됐다. 수칙 중에는 ‘마음 건강도 살피세요’, ‘부작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가 포함돼 있었다.

앞서 “1년간 소셜 미디어에 있는 암 관련 단어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암 환자들이 신체·질병적 어려움(52%)만큼이나 많은 정서적 어려움(42%)을 겪고 있지만, 환자 관리 측면에 있어서는 생활 습관(74%)에 비해 내적 관리(9%)에 대한 언급이 적었고 이로 추론했을 때 환자들이 정서적 측면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발표 뒤에 나온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학회는 다학제 진료에 있어 정신의학과 진료를 포함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항암 치료와 함께 정신의학과 진료를 병행하기도 쉽지 않고, 수가 문제 등으로 적용은 막막한 부분이 있다고도 말했다. 

알다시피 암 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은 신체적 어려움과 동시에 크고 작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동반한다. 반대로 정서적인 어려움이 신체적인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정신 질환은 우리나라의 주요 질환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어느새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정서적 어려움 또는 정신 질환에 대해 누군가에게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없는 탓이 있다고 본다.

결국 마음 속의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들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식사 자리에 같이 앉은 교수님께서 “오늘도 진료를 보고 왔는데 환자가 지금껏 치료를 받을 때는 이야기하지 않다가, 오늘 부작용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치료를 못 받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진작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잠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유를 미루어 생각해봤을 때, 아마 환자는 암 치료에 대한 의지가 강했을 것이고, 부작용이 있어도 자신보다 병에 대해 잘 아는 의사가 지어준 약 그대로 먹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별말 없이 주어진 약을 먹다가 오늘은 참다참다 약 먹기가 너무 힘들어 이야기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일이지만, 간절하고 급한 환자는 치료라는 한 가지 목표에 매달리기 마련이고, 부작용에 대해서도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그래서 그때는 누군가가 지금 괜찮냐고, 힘들면 말해달라고 말해줘야 한다.

또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질병을 낫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전문가인 의사의 말에 더 의지하고 자신의 의사나 상황에 대한 표현을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의사는 환자가 말하지 않으면 환자의 불편함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 학회에서 소개한 ‘마음 건강도 살피세요’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는 당연한 말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번 하염없이 상대가 토로하는 어려움만 들을 수는 없고, 주관을 갖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도 있지만, 누군가의 상황을 미루어보고 어려움을 듣고자 하는 마음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듣고자 하는 마음이 안녕함을 만든다. 말하기 어려운 세상, 그럴수록 더 잘 들어야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