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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상환자 응급실 뺑뺑이 방지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은?①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이사장

대구에서 지난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소녀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탄 채로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지난 5월에는 경기 용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노인도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등 외상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중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에서는 지난 5일 대한외상학회와 만나 외상환자 진료체계 개선 및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시급한 상황이다.

메디포뉴스는 우리나라의 중증외상 관련 보건의료체계의 실태를 진단하고, 지난 5일에 있었던 간담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졌으며, 유의미한 성과가 도출된 것은 있는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정부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중증외상 의료체계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박찬용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외상외과분과 분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먼저 중증외상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 정책·제도 등을 고려하면 중증외상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은 어떠한가요?

A.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지금 세계 최정상급을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의료정책이 일반 외래를 통한 질환 치료 수준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특히 암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응급 외래를 통해서 오는 환자들 특히 외상 분야는 시설·장비·인력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으므로 일선 병원들이 소홀히 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 결과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부문에서 꼴찌 수준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8년부터 중증외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시작해 전국에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선정, 현재 15곳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습니다.

또한, 2010년 예방가능 외상사망률 35.2%라는 굉장히 높은 수치를 2020년까지 2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보건의료체계 등을 개선함으로써 2019년 15.7까지 낮추어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이 5% 전후라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상당히 먼 것이 현실입니다.



Q.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간담회가 진행됐습니다. 간담회에서 어떤 내용들이 다뤄졌고,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지난 5일 대한외상학회 임원들과 함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님, 박향 공공보건정책관님, 김은영 응급의료과장님,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님과 같이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3월 대구 10대 외상환자 사망과 5월 경기 용인 70대 외상환자 사망 등 중증외상 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가지 못한 부분들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6월 중앙응급의료정책추진단을 발족해서 응급의료 긴급대책을 구체화하는 등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간담회에서 논의를 가졌던 내용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었습니다.

권역외상센터 구축에 필요한 시설·장비는 비용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 될 수 있지만, 인력은 각 시·도에 있는 권역외상센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외상영역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기를 꺼리게 만드는 ▲Dirty(더러움) ▲Difficult(힘듬) ▲Dangerous(위험함)의 3D를 넘어 ▲Dreamless(희망 없음)를 포함한 4D의 영역으로까지 회자되기도 하고 있어 외상영역에서 정말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역으로 외상에 관심을 가지고 외상센터로 찾아올 수 있는 유인책과 같은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이와 함께 병원들이 외상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병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아무리 좋은 시설·장비가 있어도 이를 가동하는 것은 사람인 만큼 ▲필수의료 ▲응급의료 ▲외상 분야의 인력들에게도 적절한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몇몇 권역외상센터 병상은 현재 상당 부분 포화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중증외상 환자들이 몰리게 될 경우 중환자실이나 인력 부분들이 감당되지 못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가적으로 중환자실과 입원실 등을 늘릴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병동에 아주 급하지 않은 중환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준중환자실(sub-ICU) 개념을 운영해 보는 것도 중환자실 확보에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더불어 외상 영역에서는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 중에서도 수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면서도 긴 시간 동안 옆에 붙어서 꼼꼼히 챙겨야 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을 돌보려면 외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권역외상센터는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고, 일반 응급질환과도 달라 수술 횟수와 수술이 이뤄진 시간대 등이 관련 있는 현재 우리나라 ‘수가’ 시스템으로는 수술 수가만으로 유지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환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원내 상주당직을 하면서 standby하는 부분에 대해 ‘공공수가’를 적용을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논의의 진척에도 긍정적인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중앙응급의료정책추진단에 응급의료 관련 단체들이 포함돼 있는데, 최근 외상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으며,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논의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외상 분야 전문가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민수 차관님한테 외상 전문가도 함께 참여해서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관련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승낙해주신 부분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중증외상 환자들이 평상시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재난이 발생하면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재난 발생 시 나타날 외상환자들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으며,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A. 1995년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 재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기가 어려웠던 그런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도 권역응급의료센터 체계에서 많은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이 환자들로 포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재난에 어느 정도까지 기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재난은 해당 지자체의 자원의로 해결이 불가능한 때를 재난으로 판단하게 되며, 이 경우에는 인근 권역이나 시·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도 각 시·도마다 권역외상센터가 있고, 권역외상센터에는 헬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헬리패드가 있으며, 권역외상센터 중 8곳에서는 닥터헬기를 운영하고 있어 닥터헬기 등을 활용해 신속한 부상자 이송이나 분산 수용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권역외상센터는 외상 환자들만을 위한 소생실과 영상의학 인터벤션실,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 등이 확보돼 있고, 외상 분야 전문 인력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손상통제소생술 등에 특화되어 있는 외상 세부전문의들이 배출되어 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재난에 대해 권역외상센터가 모두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등이 모두 합심해서 재난에 대응해야 하겠지만, 재난에 대해서 컨트롤타워 역할 및 환자들을 수용해 진료할 수 있는 국가재난병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재난병원을 마련해 평상시 재난에 대한 대비 방안 마련 및 재난 대비 훈련·교육과 4대 중증 응급질환(심정지, 중증외상, 심·뇌혈관)에 대한 진료를 시행하다가 재난 상황 발생 시 국가재난병원 본연의 목적으로 전환해 재난에 대응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 및 추진되고 있는 외상환자 진료체계 개선 방안에 대한 실효성과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외상환자 진료체계 개선 방안 관련 인터뷰는 7월 14일에 올라오는 외상환자 진료체계 개선안 실효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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