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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북한보건의료 협력의 문, ‘생태공동체로서의 한반도’ 논의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6번째 국제심포지엄 공동 주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북한 환경 및 보건의료 실태와 남북한 및 국제사회 협력 방안 논의

한반도가 공동 대응해야 할 ‘기후위기’가 북한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보건의료문제와 직결되는 전세계가 당면한 과제이며, 북한은 무리한 개발 등으로 기후위기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환경정책에 있어서 다양한 기후협약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어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이사장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안관수 사무총장, 이사장 직무대행)이 9월 2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북한보건의료발전 국제심포지엄 시리즈 6, ‘생태공동체로서의 한반도’를 공동 주최했다.

이 국제심포지엄은 2018년부터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발전과 주민의 건강향상을 위한 남북 및 국제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매년 개최됐다. 올해는 ‘생태공동체’로서 북한 보건의료 지원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 신동근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같은 생태계로 연결된 한반도 기후위기는 남북한 주민 모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지속가능한 한반도의 생태와 환경 구축을 위해 생태공동체로서 한반도의 비전을 공유하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남북 협력의 미래를 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안관수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는 전 인류가 당면한 문제이지만 인도주의적 취약 국가에서 그 피해가 더욱 위험하다. 기후위기가 초래할 수 있는 북한 보건의료 문제와 생태계 파괴는 우리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도 직결돼 있다. 북한의 기후위기 대응 및 저감을 위한 현실적인 국제공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은 3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한반도 기후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2부에서는 ‘북한의 기후위기 적응 및 저감을 위한 국제공조’, 3부는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한 종합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1부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항 명예교수는 ‘생태공동체’와 ‘원헬스’의 개념을 소개했다. 설명에 따르면 ‘동북아시아 생태공동체’는 생태축에 의해 연결된 생태계를 공유하는,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와 지역사회, 기관, 단체 사이의 느슨한 문화, 환경, 보건의료, 사회적 협력 체계를 가리킨다.

이항 교수는 “생태평화란 생태적 차원을 중시하고, 인간만의 평화가 아니라 인간 너머 존재들과의 공존, 평화를 논의하는 문제의식이다.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생태계의 건강이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라는 총괄적 접근법이 필요하고, 그것이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에 협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환경연구원 명수정 선임연구위원이 기후변화와 연결해 북한의 환경과 보건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명수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경제규모 대비 자연재해 피해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편이며, 2019년 자연재해 사망자가 237명(세계 9번째)에 이를 정도로 매년 자연재해 피해가 크게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재해는 전염병과도 연결된다. 자연재해 발생 시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말라리아 같은 매개체성 질병이 유행한다. 북한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의 예방접종 캠페인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명수정 연구위원은 “한반도에서는 기후변화가 전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은 더욱 빠르다.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전염병 확산 방지 등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공동 기후변화 대응 역량강화를 위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충남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는 휴전선 주변 강화도와 경기도 북부 쪽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남북한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한창우 교수는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최근 사례를 보면, 보건의료가 상대적으로 발전된 타지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의료진을 교육하고 말라리아 퇴치를 지원해 두 나라가 모두 말라리아 퇴치 국가로 인증된 바 있다. 접경 지역 질병 예방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말라리아 발생률 감소를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 말라리아 퇴치 예산은 연 1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리트 시빅스 대표인 다니엘 재스퍼 박사와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베른하르트 젤리거 대표가 ‘북한 기후위기 적응과 저감을 위한 국제공조’를 주제로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다니엘 재스퍼 박사는 “기후변화와 환경이라는 주제가 북한이 대외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몇 안 되는 주제인 만큼, 국제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의 글로벌 포럼 참여 역량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 지향적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부에서는 굿파머스 조충희 연구소장, 국경없는 의사회 엠마 캠벨 한국 사무총장, 카이스트 차지호 교수,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이주성 사무총장이 협력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경없는 의사회 엠마 캠벨 사무총장은 2019년 함경도 병원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많은 주민들이 높은 수준의 비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다. 찾아올 기후위기가 지역사회에 어려움을 가져오는 것과 함께 취약계층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인간이 만든 변화로 인해 홍수, 가뭄 등 자연 재해를 겪고 있다. 북한의 건강 비상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주지시키고, 운영전략을 새롭게 짜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차지호 교수는 “같은 기후변화에 의한 결과라도 지역에 따라 오는 강도는 크게 다르다. 그런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생각해야 하고, 북한 문제를 인도적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이 기후변화라는 흐름에 고립되지 않고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기후변화라는 통합 주제 안에서 북한 내 그룹이 어떻게 기여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이주성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남쪽 민간단체는 북한의 인도주의 지원 목적에 치중해 있었고, 이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피로감을 갖게 됐다. 북한도 체제에 대한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해 인도주의 사업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기후위기 측면에서 남북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계기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포럼으로 끝나지 않고 활동가들의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았던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는 “기후위기라는 큰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남북한의 모습을 기대한다, 북한의 자연환경은 남한과 다르며 과도한 산림 벌채, 자원 채굴 등으로 자연재해에 더 취약해졌다. 기후위기는 보건의료 등 복잡한 문제의 중요한 고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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