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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 개선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에게 골수검사와 복부CT검사를 요구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적절한지 전문의학회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전문가를 통해 검토하고, 병원별로, 환자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을 통일해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고액의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암 환자의 치료 중단이나 가계 파탄을 막기 위해 2005년 9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의료비의 10%만 암 환자가 부담하는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9년 12월부터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기존 10%에서 5%로 줄여 의료비 혜택이 더욱 커졌다. 특례기간은 5년이지만 등록된 암 환자가 특례기간 종료 시점에 잔존암, 전이암이 있거나 추가로 재발이 확인되는 경우로서 암 조직의 제거·소멸을 목적으로 수술, 방사선·호르몬 등의 항암치료 중인 경우이거나 항암제를 계속 투여 중인 경우 계속해 재등록이 가능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2001년 6월 20일 표적치료제 ‘글리벡’이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시판되기 전까지는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지 못하면 3~5년 사이 대부분 사망했고, 이식을 받더라도 재발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던 질환이었다. 그러나 ‘글리벡’과 같은 표적치료제 출시 이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90%에 육박하고, 부작용도 적어 환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2001년 당시 생존하고 있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약 500명 수준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 기준 1만 5251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도 표적치료제 덕분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처음 진단 시 골수검사를 통해 병명을 확진한 후 혈액으로 세포유전학검사인 유전자검사(이하, 유전자검사)를 3개월마다 실시해 암세포 양을 측정해 치료 경과를 확인한다. 담당 의사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PCR 수치가 0.1% 미만으로 나오면 골수검사를 더는 실시하지 않고 3개월마다 유전자검사를 하며 추적관찰을 한다. 따라서 산정특례 기간 5년이 경과할 시점에도 재등록을 위해 추가로 골수검사나 복부CT검사를 하지 않고, 3개월마다 실시하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통해서도 충분히 재등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유전자검사에서 PCR 수치가 0 또는 0에 가깝게 나와도 이것은 현재까지 개발된 유전자검사 장비로 검사했을 때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할 뿐,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글리벡,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아이클루시그, 셈블릭스와 같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치료제를 계속해서 복용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경과 후 상당수의 환자들이 재발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진숙 의원의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 설정 관련 질의에 대해 “전문의학회의 자문과 산정특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을 설정했다”고 회신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매일 표적치료제를 꼬박꼬박 복용하고 3개월마다 진행되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상식적인 치료과정이다. 산정특례 재등록을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골수검사와 복부CT검사를 강요함으로써 환자의 본인부담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게 만든다. 

골수검사는 굵은 대바늘을 엉덩이뼈에 꽂아 검체를 채취하는 침습적 검사행위로 상당한 수준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따른다. 복부CT검사는 의료용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는 검사행위이고 피폭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백혈병 유발요인으로써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는 혈액내과 또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은 유전자검사 결과를 통해서도 산정특례 재등록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요건으로 3개월마다 시행하는 유전자 검사 이외 불필요한 골수검사나 복부CT검사를 요구하면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골수검사 자체 비용은 약 6~7만원이지만, 유전자검사를 포함한 골수검사는 비용이 약 70~100만원에 이른다. 복부CT검사 비용도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약 15~30만원이지만 조영제를 사용하면 약 25~45만원이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1만 5251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산정특례 재등록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필요한 골수검사를 해야 한다면 매년 약 21억 원에서 30억원의 추가비용을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해야 한다. 골수검사를 할 수 없어서 예외적으로 복부CT검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매년 4억원에서 13억원의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해야 한다.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세포유전학검사인 유전자검사를 실시해 암세포의 양을 측정해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는 것이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이다. 그런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필요한 조직학적 검사인 골수검사와 영상검사인 복부CT검사를 어떠한 근거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요건으로 정했는지 도무지 알수 없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대다수의 병원 환자는 의사의 소견서와 유전자검사 결과만으로 재등록이 되는 반면, 일부 병원의 환자들은 원하지 않은 골수검사나 복부CT검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으로 환자에게 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주고, 의학적으로도 불필요한 골수검사와 복부CT검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고, 병원별로, 환자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이에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을 환자중심 관점에서 신속히 검토하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대한혈액학회 등의 전문학회를 통해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 재등록 요건으로 골수검사와 복부CT검사가 의학적으로 필요한지 검증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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