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안’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는 필수의료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경고하며 결사반대의 뜻을 천명한다. 
지난 20여년간 시장 질서 하에 안정적으로 기능해 온 현행 제도를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의료계와의 소통도 없이 뒤흔드는 것은 의료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명백한 개악 시도일 뿐이다.
정부는 스스로 국민의 혈세를 들여 2023년 연구용역(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 방안 마련 연구)을 진행했음에도, 이제 와서 그 연구 결과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의료계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2024년 9월 의료계와 합의를 이루고자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 구성을 요청해 놓고도, 단 한 차례의 회의도 가동하지 않은 채 이 모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의료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오직 명령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독선적 태도를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막무가내로 고집하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의 위탁검사비용 분리청구(EDI) 방안은, 의료 현장의 실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의 극치이며, 감당할 수 없는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환자들은 진료비와 검사비를 이중으로 수납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될 것이며, 민감한 개인 질병 정보가 수탁기관으로 직접 전송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또한, 비급여 검사료 정산의 복잡성, 검사 오류 발생 시 의료행위 주체 간 책임소재의 불분명 문제, 그리고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청구 시스템 개발 및 관리, 비용 지급의 혼란 등 그야말로 재앙적인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검체검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이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국민 건강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필수의료 분야의 가장 핵심적인 진료 행위 중 하나이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지속적 관리와 각종 암의 조기 검진 등 국민 보건에 필수적인 이 검사들 없이는 현대 의학의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정부가 이 말도 안 되는 제도의 폭주를 강행한다면, 이는 필수의료를 전담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의 존립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일차의료의 붕괴는 결국 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의료비의 폭발적 상승을 초래하며, 국민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위해를 끼치게 될 것임을 정부는 뼈저리게 직시해야 한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가 독단적인 제도 추진의 폭주를 즉각 중단하고, 개편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체 없이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를 가동해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2023년 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개선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도출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끝내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와 국민 건강을 외면하고 현 제도의 개악을 강행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과 필수의료 붕괴, 그리고 국민 건강 파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