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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내과의사회 “검체 위·수탁제도 개선 강행 시 복지부 정책 전면불참”

오늘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참담한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11월 17일 복지부가 배포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및 질 관리 개선 추진방안’ 보도자료는 대한민국 일차의료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놀라운 점은 보도자료에 인용된 대한의사협회의 ‘대승적 차원’, ‘존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필수의료 현장의 처참한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대한내과의사회는 해당 입장이 일차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보지 않으며 이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검체검사 수탁인증관리위원회’에 과연 이 제도의 칼날을 직접 맞게 될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등 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의 목소리가 단 한 글자라도 반영됐는가? 관련 전문가가 철저히 배제된 채 진행된 논의는 그 자체로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그 결과 또한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할 휴지 조각일 뿐이다. 이렇게 철저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논의기구에서 결정된 사안은 결국 복지부의 시녀 노릇을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이 사안에 대해 2023년 국민 혈세를 들여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방안 마련 연구’를 진행해놓고 이제 와서 그 연구 결과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으며, 2024년 9월 의료계와 합의를 위해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 구성을 요청해 놓고도 단 한 차례의 회의도 가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협은 분명 상호정산이 원칙이라는 주장을 줄기차게 했고 질관리 등의 일부 내용에 공감했다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복지부가 교묘하게 여론몰이를 한 것에 대해 의료계는 분개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의료계를 파트너가 아닌 오직 명령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독선적 태도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고집하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의 검사비용 분리청구 방안은 진료 현장의 실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재앙적 발상이다. 이는 환자들에게 이중 수납의 불편 강요, 민감한 개인 질병 정보의 유출, 검사 오류 시 책임소재의 불분명성, 청구 시스템 개발의 천문학적 비용과 혼란 등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을 연달아 터뜨릴 것이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관리와 암 검진 등 국민 건강의 핵심인 검체검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이미 붕괴 직전인 일차의료의 존립 기반마저 무너뜨리고 내과 의사들의 생존권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사지로 내모는 명백한 폭거이자 수탈과 다름없다.

만일 정부가 이 참사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대한내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를 더는 국민 건강을 위한 카운터파트로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선언한다. 나아가 보건복지부의 그 어떤 정책과 시범사업에도 전면 불참을 선언하며, 모든 협력 관계를 파기할 것을 통보한다. 검체검사를 포기하게 만들어 국민 건강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의료비 폭증을 초래할 이 모든 사태의 역사적 책임은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있을 것이다.

2025년 을사년은 우리 내과 의사들에게 새로운 을사늑약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의 심정으로 이 망국적 폭거를 규탄한다.

정부는 지금 즉시 필수의료를 수탈해가는 이 개악 시도를 전면 철회하라! 이 사태의 직접 당사자인 내과를 비롯한 해당 진료과 의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