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암협회(회장 이민혁)는 소방의날을 맞아 전·현직 소방공무원 암 환자 119명에게 총 3억 3천만원 규모의 치료비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유한재단과 함께 추진 중인 ‘암(癌)중모색 시즌2’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소방공무원의 치료 전념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됐다.
소방공무원은 화재 진압과 구조·구급 현장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석면, 벤젠 등 각종 발암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일반 직군보다 암 발병률과 사망 위험이 현저히 높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 연기뿐 아니라, 소방 장비나 보호복에 남은 잔류물도 주요 노출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22년 소방공무원의 직업적 노출을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 1군(Group 1)’ 위험요인으로 공식 분류했다.
2023년 개정된 ‘공무원재해보상법’에 공상 추정제가 도입돼, 소방공무원의 직업성 특성을 고려한 질병들이 포함됐지만 여전히 법적 인정 기준이 까다로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암 발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개별 근무 환경이나 노출 경로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전·현직 소방공무원이 암으로 투병하고 있지만, 공상으로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 여전히 제도 밖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대한암협회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상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암 환자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협회는 지난 9월 30일 소방청과 협정을 체결하고, 소방공무원의 건강권 보호와 암 환자 지원을 위한 공동 협력 체계를 공식화했다. 이번 사업은 소방청이 대상자 발굴과 신청 접수를 맡고, 대한암협회가 유한재단의 후원금으로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204명의 전·현직 소방공무원이 신청했으며, 심사 과정을 거쳐 폐암, 신세포암, 림프종 등 중증 및 희귀암 환자 119명이 최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치료비는 지난 11월 9일 소방의날을 기념해 전달되었다.
지원 대상자인 김 모 소방경은 “완치까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지만 최선을 다해 건강을 회복해 남은 공직 기간 동안 더 많은 국민이 안전한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무사히 정년까지 마무리하고 싶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소방청 조인담 계장은 “화재 현장에서는 발암물질이 다량 발생해 수년이 지나 암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암의 종류도 다양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대한암협회의 이번 지원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대원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혁 대한암협회 회장은 “수술 후 현장에 복귀했으나, 호흡시 발생하는 통증으로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여 우울했다는 사연이 특히 가슴 아팠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다 병을 얻은 분들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한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사업을 계기로, 앞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환자분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암협회는 앞으로도 ‘암중모색’ 캠페인을 중심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포용하는 연대의 정신을 확산하고, 암 환자와 가족이 겪는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