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발명왕이 있다. 아니, 발명왕 의사가 있다. 이 발명왕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릭균’을 진단하는 장비를 만들어 5년전 특허를 취득하더니, 이번에는 ‘수액가방’을 만들어 특허를 신청했다.
건양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종욱 교수. 그는 1개의 특허와 5개의 특허출원 및 실용신안을 등록한 발명가다.
“발명은 사람을 배려하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매 순간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더군요”
이 교수는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진료하면서 환자들이 익숙하지 않다기보다는 내용이나 구성이 불편해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유심히 살펴본다. 그렇게 개발된 것이 어린이 채혈용 압박대, 여자용 소변컵 등이다.
얼마 전에는 본인이 교통사고로 1주일간 입원한 것이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수액을 건 폴을 끌고 병원을 다니는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불편해 보이더란다.
“환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이 되더군요. 그런자 가방 안에 수액을 넣고 압력기를 이용해 적당한 압력만 주는 ‘수액백’이 연상됐죠”
이런 결론에 이르자 그는 아이디어를 실현에 옮겼다. 그렇게 탄생한 수액백은 내년 1월 전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을 메모해 두었다는 이 교수의 휴대폰을 보니 정말 다양하고 조금은 생소하고 그래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가득 담겨있다.
이런 그를 엉뚱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변에서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분들도 참 많다며 “난 행운아”라고 웃는다.
이 교수에게는 그를 항상 지지해주는 아내와 딸들,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만들어주는 좋은 변리사가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연세의대 은사인 정윤섭 교수와 이경원 교수, 그리고 인하대병원에서 전임의 시절 만났던 배수환 원장님에 특히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질문과 의견을 내놓아도 항상 진지하게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고, 방법을 찾아주셨던 분들이죠. 이분들 덕분에 현재의 제가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에 둘러 쌓인 그는 발명은 긍정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동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물으면 바로 답이 나오고, 실제로 그러한 세상이 만들어지지요. 발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지금 생각나는 것들을 실천에 옮기면 됩니다”
어디선가 그랬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고. 이 교수는 조그마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천하며 병원과 주변사람들의 삶을 좀 더 훌륭하게 바꾸고 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