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충수염 수술 중 결장을 건드려 천공시켜 수술을 하게 되자,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환자가 의료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무작정 위자료를 물어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제기된 ‘충수염 수술 후 장 천공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와 관련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우측 아래 복부의 통증으로 피신청인 병원(일반외과)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충수돌기염(일명 맹장염) 진단에 따라 수술을 받았으나 이물질(이쑤시개 추정)로 인한 S상 결장 천공이 확인돼 장절제술, 충수돌기 절제술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신청인은 “이쑤시개를 삼킨 적이 없고, 피신청인 병원에서 수술 전에 촬영한 복부 방사선 및 초음파 검사상 이쑤시개가 의심되는 소견에 대한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다”며, “수술 후 S상 결장(sigmoid colon)에서 약 6cm 정도 크기의 나무 이쑤시개가 부러지지도 않은 채 발견됐다는 피신청인 병원 의료진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인은 “스스로 이쑤시개를 삼켰다면 부러지지도 않고 어떻게 삼킬 수가 있으며 입에서부터 위와 결장까지 이동하는 순간에 고통이 전혀 없었다”면서 “피신청인 병원 의사가 맹장 수술 중 결장을 건드려 천공시켜 수술을 하게 되자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천공에 따른 수술비 및 위자료 합계 1500만원 정도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피신청인은 “방문 당시 우측 하복부 통증과 압통을 호소해 급성 충수염이 의심하고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결과 압통이 있는 부위에 압력으로도 눌리지 않는 직경 1.5cm 이상 크기의 관상 구조가 관찰돼 급성 충수염에 합당한 소견으로 수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충수절제술시 충수돌기가 장막 표면에만 2차적으로 오는 약간의 염증 소견이 관찰될 뿐 압통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하며 “주변의 염증에 의한 장 유착을 박리해 보니 S상 결장에 이물질(이쑤시개로 보임)에 의한 천공, 천공 부위의 농양과 염증에 의한 주변 조직 유착을 우측 하복부 위치에서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피신청인은 이미 2~3mm 가량(1/5) 돌출돼 있던 이물질을 제거한 후 수술 중 보호자(부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장절제술을 시행했으며, 나무재질의 경우 X-Ray나 초음파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과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한 전문가는 피신청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먼저, 복부 초음파 및 방사선 필름 판독 소견으로 전문가는 “초음파 및 방사선상 이물질이 관찰되지 않는다. 이쑤시개와 같은 나무 재질의 이물질인 경우 복부 초음파 및 방사선상 확인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충수돌기 절제술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는 일반적인 처치이므로 피신청인이 시행한 충수돌기 절제술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충수돌기 절제술 중 S상 결장 천공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는 “염증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다른 장기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S상 결장까지 확인한 부분은 적절했다”며, “일반적으로 충수돌기 절제술 중 충수돌기 주변 장의 천공 가능성은 있으나 수술로 인해 S상 결장 천공이 발생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지었다.
뿐만 아니라 이쑤시개 등의 이물질은 위-식도문합부, 십이지장 부위, 소장-대장 문합부를 통과하면 별다른 특이 증상 없이 식도, 위, 소장, 대장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
여러 정황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전문가 견해 등을 고려하면 피신청인 의료진이 충수염 수술 중 S상 결장을 건드려 천공시킨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며 조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