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소송을 둘러싼 마지막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세브란스병원이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심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날 공개변론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과연 회생 불가능한 비가역적 죽음에 달했는지 와, ▲대리인의 연명장치 거부결정을 환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으로 인정하는 게 합당한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우선 병원 측 변호인은 “아직 환자가 사망임박 단계인 비가역적 상태에 놓여있지 않고, 뇌사에 빠질 시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지가 자발적이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주치의가 환자의 주질환은 회복 불가능하지만 기대여명이 아직 남아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면 대법원은 회생 불가능한 사망 임박단계 등에 대한 일정한 한계를 제시할 것”이며 “가족 동의하에 병원윤리위원회 및 제 3의료진 등의 자문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자 측 변호인은 “이미 환자는 주질환의 회복이 전혀 불가능하고 뇌마저도 심한 손상을 입어 뇌사상태에 빠져있는 비가역적 사망단계에 도달했고 무엇보다 환자가 평소 식물인간이 되는 등 소생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의사를 가족들에게 피력해 왔으므로 보호자의 연명치료 거부는 본인의 추청적의사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환자 보호자와 병원은 환자의 의료사고로 신뢰관계가 깨어진 만큼 병원윤리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측 참고인의 진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병원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이석배 (단국대 법대) 교수는 △ 환자가 주질환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어도 호흡 연명장치 만으로 1년 이상 생존해 왔고, △이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기대되는 수명이 있고 △장치를 제거하는 기준이 되는 회생 불가능한 환자는 본래의 질병으로 인해 사망이 예상되는 것에 국한되는 점을 들어 1·2심의 원고 패소 판결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호자가 주장하는 연명장치제거가 환자 본인의 의지라는 것이 사전의료지시서 등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닌, 환자 평소의 언행과 종교적 신념 등을 고려한 가족 측의 추정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며 “주치의의 연명치료 중단 거부와 가족의 연명치료 중단 요청에 대해 제 3의 의료기관을 포함한 새로운 절차 혹은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자 측 참고인 인 석희태(경기대 법대)교수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 인정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해 달라는 환자측과 의사의 치료 의무가 대립할 경우 환자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행복추구 권리와 의사의 의무에 대한 이익 형량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측 참고인 인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고신옥 교수는 “환자는 뇌손상 및 자가호흡을 회복할 능력은 없지만 통증에 반응이 있고 특별한 약물투여가 필요 없는 등 비가역적 사망의 구체적 요건을 다 갖추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생명다루는 의사로서의 직업윤리 ▲치료중단에 따른 의료계 및 종교계의 첨예하게 대립하는 점 ▲호흡기 제거에 필요한 뚜렷한 기준이 미비한 점 ▲연명장치 거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 등의 작성이 없었던 점 ▲치료행위를 결정하는데 있어 내세운 대리인이 환자가 결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연명치료 중단 판결 거부가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자 측 참고인인 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명치료 중단 사례의 실체를 살펴보면 결정의 주체는 대부분 환자 가족과 그 자녀가 결정하고 있으며 의사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브란스 병원 외 타 의료기관 2곳에서 위 환자를 판단했을 때 소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만큼 뇌사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며 “이 모든 정황을 법원이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측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이 날 변론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21일 최종 판결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