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실기시험에서 수험생들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과잉된 예절과, 틀에 박힌 진료, 그리고 표준환자를 대할 때의 취조식 질문 등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열린 대한의료커뮤티케이션학회 봄철학술대회에서 박훈기 교수(한양의대)는 ‘의사실기시험과 의료커뮤니케이션의 변화’라는 주제로 지난해 첫 도입된 의사실기시험에서 나타난 수험생들의 여러가지 돌발 행동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방법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의사실기시험의 형식은 크게 단순한 수기 혹은 신체 진찰의 일부를 평가하는 객관구조화진료시험(OSCE) 6문제와 표준화 환자 진료시험 6문제로 구성돼 있는데 수험생들은 실제 환자로 위장한 표준화 환자 진료시험에 있어 여러 가지 돌출행동을 보였다.
수험생들은 실제 환자와 표준화 환자의 차이점에 대해 알고 시험에 임하게 되는데 이 경우 개방형질문을 하고 환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가게 하는 환자 중심 면담보다는 의사가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정보를 확인해 나가는 의사 중심의 면담을 했다.
이와 함께 수험생들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환자 사례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때 실제 환자의 외래 초진일 때와는 달리 임상 문제 속성 파악, 감별 진단, 포함 기준 확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많이 생략된 채로 하나의 질병명에 고착된 진료를 시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박 교수는 이러한 경우 의사로서의 질문의 양은 줄고, 폐쇄형의 질문이 많아지고, 메뉴식 선택행 질문을 하게 돼 수행하게 되는 신체진찰항목이 줄어들고 결국 지나치게 한 병명에만 국한돼 마치확진이 된 것처럼 환자에게 치료 혹은 예후 등을 설명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이런 방법을 통해 수험생은 자신이 정확한 정보를 얻었고 중요한 신체진찰을 한 후에 명쾌하게 설명을 했다고 생각하며 해당 시험에서 평가를 잘 받았을거라고 자신할 수 있지만 실제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표준화환자 진료시험에서 정보 수집의 채점 항목은 임상문제 속성을 파악하고 감별진단을 잘하느냐를 평가할 수 있기 구성됐기 때문.
특히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표준화 환자를 대면했을 때, 자기소개, 공감 표현, 신체 진찰 시 사전설명에서 상투적인 말을 환자의 기분이나 세팅에 상관없이 구사한다거나, 환자와의 라뽀 형성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거나, 진료 종결시에는 지나치게 공손함을 표현하는 행위 또한 감점 요인으로 지적됐다.
박 교수는 수험생들이 환자와 공감표현을 할 때 주로 병 자체로 인한 불편이나 고통만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환자의 사회적 배경,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일반 정서나 기분에 대한 공감 표현은 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수험생의 경우 청진을 할 때 환자를 배려한다는 의도로 옷 속으로 청진기를 밀어 넣어 청진을 하거나 반대로 신체 진찰시 정확한 자세를 너무 강조해 불필요하게 많은 부위를 노출시키는 무례함도 보였다.
박 교수는 또한 시험장에 입실하기 전 혹은 각 시험 스테이션에 들어오기 전 수험생들이 표준화 환자에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미리 적거나 혹은 현재 병력의 질문 항목을 약자를 적은 메모판을 보면서 취조식의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러한 경우 대화 분위기가 딱딱하고 어색하게 흘러 갈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이와 같은 의사실기시험 수험생들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는 학생 실습교육 내실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대 교과과정 중 실제 환자대면기회를 늘리고 교수와 학생 간 교육적 접촉 시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장비와 소모품 및 인력을 확충해 기본 임상수기 및 면담술기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할 지에 대한 아이디어 확보를 위해 주기적으로 실기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아울러 실기시험을 위한 임상 실습교육은 실제 환자 진료 능력향상에 부분적으로만 도움을 주므로 표준화 환자를 통한 교육 및 평가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하는 교육과 연계돼야 할 것이라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