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은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된 의료인 폭행과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 통과시킨 것은 특정직역을 보호하기 위한 법에 지나지 않는다며 폐기를 촉구했다.
통과된 법안은 응급실에서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이나 의료행위를 지원하고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협박하거나 이를 교사, 방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가 환자,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대로 지난 10개월 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던 것을 응급실이라는 장소적 제한을 두고 의료행위중인 의료인이나 의료행위를 지원하고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로 행위객체를 제한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의료인에 대한 폭행ㆍ협박에 대해서는 형법,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폭력행위 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처벌하거나 가중처벌하고 있음에도 또 의료법에 가중처벌 규정을 중복해서 두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서는 응급실 등에서의 폭행·협박 등 진료 방해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고 있다.(제12조, 제60조 제1항 1호)
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뿐만 아니라 상습적으로 또는 단체, 다중의 위력을 이용해 폭행· 협박하는 경우까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제2조 제1항ㆍ제2항, 제3조 제1항ㆍ제3항).
이에 시민단체들은 “응급의료에관한법률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의료법 보다 높은 형량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의료법에 이보다 낮은 형량을 별도로 규정하는 것은 형벌체계상에도 맞지 않고 법이 통과되더라도 쓸모없는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복지위원회가 특정직역인 의사의 이해를 대변하며 과잉보호하는데 급급했다”면서 “‘의사과잉보호법안’이라는 비판과 입법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소임조차 간과했다는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둘러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시민단체들은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가 이루어지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을 예방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실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의료인 폭행, 협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환자시민사회단체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안정된 진료환경의 조성은 가중처벌을 통한 형벌의 강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신뢰관계 구축으로 가능하다”면서 “의료계는 가중처벌 규정 신설을 요구하기보다는 의사의 불친절, 불충분한 설명, 반말, 의료사고 등 환자의 불만이나 민원사항을 해결하는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응급실에서의 의료인 폭행, 협박을 중복해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반드시 폐기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