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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미 FTA 의회 통과로 국내 제약산업 깊은 시름 빠져

허가-특허 연계제도 포함, 제네릭 의존 국내사 막대한 피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소식이 알려지자 제약업계는 깊은 시름에 빠진 모습이다.

이미 4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최근 일괄 약가인하 등으로 인해 업계가 사상 최악의 환경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무거운 짐이 더 추가되자 “더이상 한국에서 제약산업 못해먹겠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한미 FTA의 대표적 희생양인 국내 제약업계가 고스란히 그 피해를 짊어지게 됐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복제의약품 허가신청 시 신청사실을 원 특허권자에게 즉시 통보하고 이에 대해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쟁송이 해결될 때까지 복제의약품의 제조·시판을 유보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제약사가 제네릭에 대한 품목허가를 식약청에 신청하면 이를 곧 바로 특허권자에게 통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가 남아있는 물질의 경우 제네릭 허가가 차단된다.

이에 대해 그간 국내제약업계는 강하게 반발해왔다. 제네릭과 개량신약 개발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식재산권을 더 보호하는 이 같은 제도는 품목출시에 악형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에도 특허소송에서 국내제약사가 승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비춰 실효성 없는 제도로 인해 국내기업들만 괜한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

최근 사례로는 지난달 12일 사노피-아벤티스의 항암제 ‘도세탁셀’ 특허소송에서 보령제약이 승소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의 정신분열증치료제 ‘자이프렉사’를 상대로 한 특허무효 소송 항고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한 중견제약사 개발담당자는 “특허소송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의 통계에도 나와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의 로비로 만들어진 불필요한 제도를 비준안에 포함시킨 것만 봐도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국내산업 피해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조차 없이 제약산업을 재물로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8월 5일 발표한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계 의약품 생산액은 관세 철폐·지재권 강화 등에 따라 연평균 686~1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기대 매출 손실에 따른 고용감소는 연평균 418~730명에 달한다.

또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해 국내 복제의약품의 출시가 지연됨에 따라 연평균 1133~56억원의 추가 보험 재정과 환자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들은 미국과의 FTA 체결에서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애초에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달 27일 복지부 국정감사를 통해 언급되기도 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제약협회 천경호 상무는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3년 유예됐기 때문에 피해가 감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예 피해를 안 볼 수도 있었다”며 “페루와 콜롬비아는 재협상을 통해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아예 협상안에서 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괄 약가인하 태풍으로 인해 제약업계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FTA 비준동의안 미국 의회 통과까지 이어지자 업계 관계자들은 의욕마저 잃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제약사 개발담당자는 “이미 대통령이 임기 전부터 제약을 내주기로 결정했었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었다”며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을 낭떠러지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팔, 다리 다 잘라내 이제 더 자를 것도 없다”며 비통함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