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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복지부, 개정 정신보건법 “예정대로 시행한다”

의료계 퇴원 대란 우려에…“그럴 일 없다” 강조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한 개정 정신보건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특히 2인 이상의 전문의 평가 규정과 자·타해 위험성이 있을 때만 강제입원이 가능토록 한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 개정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예정대로 법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야기되는 문제점들은 단계적으로 고쳐가겠다는 입장이다.


박인숙 의원실이 주최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관한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명수 정신보건이사는 개정법안이 환자의 적기 치료시기를 놓치게 하며, 환자의 인권 강화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이명수 정신보건이사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으로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의 모호한 목적성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 진단(공공 책임성의 민간 전가) ▲치료 사각지대의 증가로 인한 정신질환자 및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 ▲행려 입원환자들의 거취 문제 등을 꼽았다.


이 이사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2인 진단체계이지만 법이 통과됐으니 어쩔 수 없이 시행해야 한다면 최소한 헌법불합치의 사유는 해결이 돼야 한다”며 “도덕적 적정성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정의료기관제도는 국공립 병원의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민간정신의료기관으로 확대해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제도적 변화를 또 다시 민간 전문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타해 위험이 있어야만 강제입원이 가능토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 및 UN 권고안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 ‘또는’ 자·타해 위험자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법안은 ‘그리고’를 적용해 치료 사각지대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시기를 놓침으로서 자타해 위험성을 초래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서울아산병원 김창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개정법이 치료 개입을 어렵게 하고 인권보호 기능도 미흡해 대안 마련과 재개정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김창윤 교수는 “자·타해 조항은 치료적 개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망상과 환청이 있고 이상한 행동을 해도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치료를 거부하면 자신이나 남을 해치지 않는 한 치료를 시작할 방법이 없다”며 “발병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데 증상이 악화돼 자해나 타해 위험성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치료적 개입이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2인 진단과 입원적합성 판정은 분리해야 하며, 국공립의사 1인의 판정 역할은 입원적합성심사 위원회에서 할 일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입원적합성 심사는 2인 의사의 진단 소견을 바탕으로 입원이 정당화 되는지 검토하고 판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법에 따라 외부의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신설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1인의 국공립의사에게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공립의사 1인을 국제적 기준에서 요구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원적합성 판단 기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개정 정신보건법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계속 됐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박성혁 학술이사는 “2인 진단을 추산해보면 연간 약 23만건의 진단입원 건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6일 근무기준으로 하루 약 740건의 진단업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또한 5월 30일 이후에는 기존 비자의 입원 환자 8만여명 중 입원기간이 3개월 이상인 환자에 대한 진단 업무가 필요한 상황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복지부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 6일을 온전히 진단업무만 전담하는 의사가 약 80~100명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현재 국공립 정신과 전문의는 140명이지만 이들은 각 병원에서의 진료 업무가 있어 2차 진단 업무를 위해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태형 의무이사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적다. 이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라는 단서가 필요하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는 환자 본인에게나 일반 국민에게 잠재적인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무이사는 “치료 일선에서 매일 화자의 입원을 결정하고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개정안은 더 큰 혼란과 해악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시행 전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개정돼야 하며, 시행 전 개정이 불가능하다면 시행 즉시 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정부는 개정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2인 진단 및 자타해 위험성 조항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선 이번 개정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며 “기존에는 정신장애인 복지에 대한 근거조차 없었는데 이번에 생겼다”고 말했다.


차 과장은 법 전체에 대한 논의보다 비자의 입원만 한정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을 아쉬워했다.


그는 “법이 시행되면 몇 만명이 퇴원한다고 하시는데 단언컨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 주장 속에는 정신질환자 위험하다는 편견이 들어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타해 위험성 논란도 외국의 경우를 예로 드시는데 이 법은 현재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이라고 보시면 된다”며 “자타해 위험에 대한 기준은 시행규칙으로 어느 정도 보완을 해놨다. 아무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곧 입법예고 할 것인데 의견을 주시면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2인 진단 관련해서는 국공립 전문의 확보를 현재 행자부와 긴밀히 협의 중이다. 물론 당장 100% 국공립 전문의로만은 어렵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신보건법은 발의, 폐기를 반복해 왔다. 한걸음 떼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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