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 시어머니? 오해는 금물!

정은주 교수 "전공의 통해 교수와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문의가 병동에서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직접 책임지고 진료하는 제도로, 2016년 8월 첫 시범사업이 실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 제도를 놓고 많은 이들이 입원전담전문의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공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교수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여러 의문을 제기해왔다. 직책의 불안정성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도 표출됐다. 이러한 가운데 용기 있게 외과 호스피탈리스트를 선택한 이들이 있다. 

21일 오후 1시 서울아산병원 서관 3층 강당에서 열린 입원전담전문의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은주 교수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현황' 주제로 발제했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부교수를 역임했던 정 교수는 지난해 5월부터 연세암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서 외과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정 교수는 "10년간 응급수술과 환자 케어를 해오면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기에 이 제도가 그러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동 제도가 전공의를 대체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다. 그런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근본 취지는 환자 안전 강화, 의료 질 향상, 의료 효율성 증대로, 전공의와 다소 유사하지만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라고 했다.

2016년 8월 보건복지부는 31개 병원(외과계 · 내과계) 대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지난해 2월 시범사업 기관 추가 선정에서 세브란스병원이 포함돼 동년 5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정 교수는 "시범사업 시작 시 많은 고민이 있었다. 환자를 입원할 때부터 퇴원까지 볼지, 수술 전 전공의가 맡다가 수술 이후부터 우리가 볼지 등을 논의했는데, 진료 연속성이나 환자와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입원부터 퇴원까지 보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면서, "외과는 특히 수술이라는 특수한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도의와의 관계 설정을 가장 고민했고, 집도의와 함께 환자를 진료하는 협력적 모델로 결정했다."라고 언급했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은 2개 병동 69개 병상으로 총 4명의 외과 전문의가 근무 중이다. 주 7일 주간 근무 형태로, 일요일뿐만 아니라 공휴일도 근무하며, 전문의 2인이 병동에 상주한다. 이들은 일 평균 50여 명을 진료하고 있다.

정 교수는 "69개 병상 중 전공의 담당 환자와 입원전담전문의 담당 환자가 섞여 있다. 즉, 69개 병상 중 52개만 우리가 맡고 있다. 현재 밤 근무는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업무 내용을 살펴보면 ▲의무기록 · 처방 ▲Primary Call ▲수술동의서 ▲수술 전 · 후 설명 ▲상처 관리 등 진료적 측면과 이 외 ▲상처 관리 ▲식이 및 영양 관리 ▲통증 관리 ▲병동 처치 및 시술 ▲합병증의 조기 진단 및 처치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하는 일은 크게 진료 측면과 진료 외 측면으로 나뉜다. 진료 측면만 생각하면 '전공의와 뭐가 다르지?', '전공의와 비슷한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입원전담전문의 일은 진료와 진료 외 측면을 합친 전체 부분이다. 이 전체 틀은 크게 병동 관리 측면으로 포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진료 측면은 전공의 업무와 유사하지만, 진료 외 측면은 전공의와 확연히 구분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입원전담전문의 진료가 체계적이며 지속되도록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정 교수는 "외국 입원전담전문의는 아카데미에서 연구하며 진료하는 전담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전담의, 일시적으로 근무하는 전담의 등 세 개 군으로 나뉜다."면서, "어떤 환자가 오더라도 진료 측면에 변화가 있으면 안 되며, 표준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모든 업무를 프로토콜화하는 진료 매뉴얼 제작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의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는 21명뿐이다. 

정 교수는 "보통 미국 사례를 많이 인용하는데, 미국은 대부분 내과계 위주로 돌아가서 벤치마킹할 외과계 모델이 없다. 또, 우리나라와 의료시스템이 너무 달라서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정 교수는 ▲컨센서스 공유 ▲시스템 서포트 ▲커뮤니케이션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과의사는 수술 전 관리부터 수술 후 관리, 외래, 응급수술 등을 전부 도맡는 직종으로 그간 인식돼 왔다. 정 교수는 외과계 업무가 좀 더 세분화 ·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뭘 하는 사람인지 많은 이들이 물어본다. 내가 입원전담전문의를 시작할 때도 굉장히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환자 안전 · 병동 관리, 의료 질 향상 등이 좀 더 강화될 수 있는 컨센서스가 입원전담전문의 간, 전공의, 간호사, 병원 경영진, 의료계 각 과 등에 공유돼야 한다."라고 했다.

정책적인 서포트 및 병원 내 전산시스템 · 의무기록 등 행정적 시스템이 충분히 서포트돼야 한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정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우리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직종이자 제도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당황해한다. 입원전담전문의와 교수는 어떤 관계인지, 전공의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시어머니가 생긴 게 아닐지 등의 생각을 처음에 많이 했다고 들었다."라면서, "우리는 전공의를 통해 교수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교수가 전공의 한 명에게만 말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됐지만, 지금은 전공의에게 말할 부분과 전담의에게 말할 부분이 구분돼 있다. 즉,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다채널화됐다. 어떻게 보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컨센서스를 공유하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루트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사람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좋은 사람을 모집해야 동 제도가 발전할 수 있다."면서, "여태껏 풍선효과로 버텨왔다. 누구 한 명이 일이 줄면, 다른 한 명은 일이 늘었다. 이 제도는 풍선이 커지는 게 아닌 하나의 풍선이 합쳐지는 형태의 새로운 컨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