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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계 경영난, 과잉공급-무질서한 경쟁 탓”

“보건소 진료확대 때문이란 주장 허구에 불과하다”

보건소의 진료 확대로 인해 의료기관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의료계 주장은 아우성에 불과하며, 정작 경영난의 주요 원인은 의료기관의 과잉공급과 무질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이진석 교수는 최근 ‘건강정책포럼/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 기고문 ‘보건소를 보고 배워라’는 글에서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보건소 때문이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의료기관들은 보건소의 진료영역 확대로 인해 지역 의료기관이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을 심심찮게 해왔던 것이 사실.

이에 이진석 교수는 “보건소와 얼굴을 맞댄 의료기관도 모자라 이젠 학계까지 나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비판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이런 주장의 허구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 진료비 오히려 줄었다!

지난 그가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2002년 전체 건강보험 외래 총 진료비 중에서 보건 기관(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0.8%로, 이는 전체 기관에서 보건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인 5.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2008년에는 외래 총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로 떨어졌고, 전체 기관에서 차지하는 기관 수 비중도 4.4%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의원급 의료 기관의 총 외래 진료 건수(지급 건수)는 2억 3천여 건에서 4억 7천여 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한 데 반해, 보건 기관의 건수는 1천 2백만여 건에서 1천 5백만여 건으로 26% 증가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즉, 보건소 진료가 확대되기는커녕 양적으로 일관되게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석 교수는 “지역 의료 기관의 경영이 힘들어진 것은 ‘보건소의 진료 확대’ 때문이 아니다”며, “지역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거의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과잉공급과 무질서한 경쟁 탓”이라며 일각의 주장들을 일축했다.

2002년에서 2008년 사이 보건 기관은 61개소가 늘어난 데 반해, 의과계 병원은 1,100여 개소, 의원급 의료 기관은 3,800여 개소가 늘어났다.

그는 “이렇듯 의료 기관이 급증하고 동네 의원과 대형 병원이 환자를 놓고 뒤엉켜 경쟁하고 있는 판국에 의료 기관이 정상적으로 경영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과잉 공급과 무질서한 경쟁을 문제 삼지 않은 채 애꿎은 보건소를 탓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사리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보건소의 보건 교육과 질병 관리 서비스에 대해서도 환자 유인책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취약 계층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이 이진석 교수의 의견이다.

건강검진 민간 의료기관에서 “No, thank you”

이진석 교수는 “이를 놓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도 보건소처럼 보건 교육, 질병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근래에는 보건소의 건강 증진 사업을 민간 의료기관에게 맡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진석 교수는 “이런 주장이 국민 건강을 위해 민간 의료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무척 반가운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건강 증진 사업이 돈이 될까 싶어 나서는 것이라면 “No, thank you”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돈도 안 될뿐더러 보건소의 건강 증진 사업을 감당할 역량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보건소는 환자 진료가 아니라 예방 활동과 보건 기획ㆍ관리ㆍ평가를 중심으로 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보건소의 역량이 지금보다 양적, 질적으로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가능한 일.

이진석 교수는 “2008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통계 결과를 보면 보건소에 대한 일반 국민의 만족도가 65.6%로 가장 높았다. 이에 반해 병ㆍ의원의 만족도는 48.7%에 그쳤다”면서 “이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곰곰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보건소를 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건소를 보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양적으로 계속 위축되고 있는 보건소를 확대하기 위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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