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이 27일 진행된 각 공급자단체와의 2차 수가협상에서 부대조건으로 ‘진료비 목표관리제’를 제시해 올해 협상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진료비 목표관리제는 진료량 변동에 따른 재정위험분담제도를 말한다. 미리 설정한 총 진료비 범위 내에서 보험자와 공급자가 함께 건강보험 수가재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공단은 지난해 수가협상에서도 부대조건으로 목표관리제를 제시했지만 총액계약제나 다름없다는 공급자단체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공단이 제시하는 부대조건은 일종의 인센티브로 작용해 조건을 수용하는 단체에게는 수가 인상률을 높여 주고 수용하지 않는 단체에게는 인상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단에 대한 공급자단체들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공단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5개 공급자단체와 진행한 2차 수가협상에서 추가소요재정(밴딩폭) 확보가 쉽지 않다고 전하며 진료비 목표관리제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공급자단체 유형별 수가계약 제도가 도입된 이래 공단은 상대 공급자단체와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때마다 부대조건을 합의안으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단이 공급자단체들에 제시한 부대조건인 목표관리제는 양 측이 구체적인 수가 인상률을 제시해 의견을 교환하기 전에 나온 것이 특징이다.
이는 사상 최대치의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쌓아둔 공단이 각 공급자단체와 협상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꺼낸 카드로 풀이된다.
공단의 재정 흑자는 정부 미출연금까지 합해 현재 약 20조원에 달한다. 이에 각 공급자단체들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사상 최대 흑자분을 올해 수가인상에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
당장 오늘(28일)부터 시작되는 3차 수가협상에서 공단과 각 공급자단체는 구체적인 수가 인상률을 제시하고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하지만 공단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부대조건을 제시하면서 각 공급자단체의 기대치는 한껏 낮아진 상황.
여기에 지난 27일 오전 열린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올해 추가재정소요분(밴딩폭)이 지난해 6,718억원 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어서 각 공급자단체들에게 올해 수가협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공단과 2차 협상을 마치고 나온 김숙희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건보공단측이 부대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는 하루 이틀의 수가 협상 기간 안에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