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산적한 보건의료체계 문제점을 해결할 가장 적절한 대응책은 일차의료 활성화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거버넌스 구축, 가치 기반 수가제도,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지원, 일차의료팀 구축, 그룹 진료 및 의료기관간 네트워크 형성 등을 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일차의료 현황과 나아갈 방향(정수민, 조비룡)’ 기고문이 실린 근거와 가치 3-1호를 발간했다.
정수민 연구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수가체계와 지불제도를 포함한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이 일차의료의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
그는 가장 먼저 우리나라의 미흡한 일차의료 지원체계를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여러 서비스를 연계한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며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에서 운영했던 지역운영위원회, 일차의료지원단, 일차의료지원센터의 보완, 확대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지역운영위원회와 일차의료지원센터 운영에 지역의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역사회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의사가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진료실 밖에서 일어나는 지역사회의 보건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반 활동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가 제도 또한 일차의료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메디케어를 관장하는 연방정부 기관인 CMS에서 개편안을 발표해 일차의료에서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가치기반 성과지불제도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또한 2015년부터 만성질환관리서비스와 같이 복합 만성질환자의 건강문제 전반에 대해 관리를 할 경우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궁극적으로 만성질환자를 포괄적으로 관리해 일차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그에 맞게 포괄적 관리에 대한 수가 제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간 과정으로 상담·예방 서비스에 대한 수가, 진료 시간에 따른 차등 수가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 연구원은 미국 만성질환관리서비스 수가 책정 조건 중 환자의 정보, 건강문제, 투약력, 관리계획에 대해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하도록 권고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은 체계적인 환자 관리에 유용하며, 환자 정보의 접근성의 향상을 도모해 진료의 질 평가, 의료기관 간 의료 정보 공유 등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에서 활용하는 전자차트의 기능을 진료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일차의료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일차의료 질 향상을 위한 근거 마련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다양한 전문 인력과 연계를 통한 일차의료팀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일차의료에서 효과적이며 포괄적인 관리는 일차의료의사 1인의 역할만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며 “외국의 경우 일차의료팀 구성원은 일차의료의사를 중심으로 일차의료 전담간호사, 약사, 영양사, 운동 처방사, 물리 치료사, 행정 매니저, 사회 사업가, 심리 상담사 등으로 이뤄져 있다. 팀 기반 접근은 일차의료에서 보다 포괄적이고, 효율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며 이용자의 만족도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 연구원은 단독개원 비율이 80%인 우리나라에서의 그룹 진료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일차의료 수준이 높게 평가된 국가는 낮은 국가와 비교해 단독 진료 의원의 비중이 낮다”며 “그룹 진료는 단독 진료에 비해 의료인의 삶의 질이 높고 진료 외 지역사회 보건 활동, 학생 및 전공의 교육, 일차의료 연구, 환자교육 등에 기여할 수 있게 해 일차의료의사의 다양한 지역사회 역할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적정 비율의 그룹 진료 전환이 필요하다. 진료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수익 분배에 있어서 그룹 진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단독 진료 의원에서는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일차의료팀과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