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급성기 중소병원의 인증 참여율이 너무 낮고, 수준 낮은 인증기준으로 인해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요구되면서도 결국 인증평가 결과가 의료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려면 성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8일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김 교수는 운영 7년째를 맞고 있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일단 인증 참여율이 너무 낮다. 병원급 의료기관 참여율이 11% 불과하다”며 “의료질이 좋은 대형병원은 의무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상대적으로 의료질에 문제가 많은 급성기 중소병원의 자발적 참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참여 인센티브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낮은 인증 참여율로 의료 질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
이어 “수준 낮은 인증기준, 유형별 인증으로 변별력과 신뢰성이 낮기 때문에 환자안전과 의료질 담보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인증률을 보면 제일 낮은 요양병원이 95%다. 상종이 100% 종병·병원이 99%, 정신병원 96%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투약오류, 화재사고, 엑스레이 사건, C형간염, 환자 인권침해 등 인증받은 병원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인증, 조건부 인증, 불인증 등 최소한에 그치고 있는 인증평가결과 공개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 정도 수준의 정보 공개로는 의료의 질적수준을 가늠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우리나라가 참조한 미국의 TJC는 질향상 개선목표가 있고, 지표별로 공개를 한다. 또 상위 10% 병원 등을 공개하고, 병원결과를 지역평균값과 상위 10%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 인증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로 명시돼 있는 의료기관인증위원회의 유명무실한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해 봤더니 7년간 10번 열렸다. 연평균 1.5회에만 열렸다는 소리”라며 “새로운 제도가 출범하는데 1차 회의 이후 2차 회의가 1년만에 열렸더라. 위원회가 법에는 명시돼 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인증제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제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증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오해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제도라는 것”이라며 “자발적 운영의 예로 미국이나 대만, 호주를 드는데 이들 국가들도 형식적으로는 자발적인 참여이지만 강력한 법적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증을 받지 않으면 환자 진료비를 받을 수 없고, 호주는 공공병원은 의무이며 민간병원은 민간보험과 계약을 하기 위해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또 대만은 미인증 시 건보환자 진료를 못하게 돼 있다.
김 교수는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인증 대상과 영역을 확대하고, 자발적 참여 형태를 유지하겠다면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종별가산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질 평가 보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자원투입에 대한 보상과 결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병원평가에 한정된 평가영역도 일차의료 평가, 신장투석기관, 중환자실, 주산기의료, 응급의료, 심뇌혈관센터, 전문병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인증원이 다 하기에는 어렵다. 의협이나 개별 전문학회가 시행을 하되 인증원은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시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불시평가제 도입, 절대평가 기준 도입, 조사위원 이력관리제, 결과 공개 범위 확대, 공정한 인증원 이사회 구성, 의료기관인증위원회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의료질에 대한 국가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가칭 의료질향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의료질과 관련된 모든 제도들을 조정하고, 기관들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도 인센티브 필요성에 공감하고, 인증원의 정체성 확립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제가 올해 2월 과장 발령을 받고 놀랬던 점은 7년이 진행된 제도임에도 참여율이 저조했던 부분”이라며 “많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증원이 못한다고 하기 보다는 구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인증제가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석하는 정책과제를 시작했다. 조사위원 질관리 개선방안도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인증제는 외국처럼 4~50년한 것이 아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인증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
그는 “유아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수준에 맞는 발전방안, 로드맵이 없다. 이를 확립해야 한다”며 “위탁사업형태이다 보니 오는 한계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도 설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국가기간 형태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에 정해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려면 현재의 소규모가 아닌 정부 출연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정 과장은 “발제자 제안처럼 인증제가 종별가산 차등지급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금전적인 인센티브,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이 제도가 살 수 있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