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 1일부터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가 건강보험 신규 등재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1%를 차지하고, 전이 시 5년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며, 30~40대 젊은 여성 환자의 발병 비율이 높아, 환자 개인을 넘어 가정과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증질환이다. ‘트로델비’는 Trop-2 단백질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최초의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이번 건강보험 등재로 연간 약 280명 내외로 추산되는 해당 환자들이 고액의 비급여 약제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그동안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이 절실히 요청해 온 결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급여기준은 이전에 두 번 이상 전신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성인 환자로 건강보험 상한금액은 1바이알(0.2g)당 105만 2300원으로 설정됐다. 고가 약제에 대한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환급형’과 ‘환자 단위 사용량 제한형’의 두 가지 위험분담제 유형이 함께 적용됐다.
이번 ‘트로델비’의 신규 등재는 제도적 변화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트로델비’는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대체 치료법이 없고, 생존기간 연장 등 최종 결과 지표에서의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며, 신속심사 품목으로 허가된 점과 혁신성, 대상 환자 수가 많지 않은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급여 적정성이 수용됐다.
이는 2023년 약가제도 개선 이후, 혁신성이 인정된 신약에 대해 비용-효과성 기준(ICER)을 유연하게 적용한 첫 번째 사례로, 고가 혁신 신약의 급여 적용 가능성을 넓힌 제도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비용-효과성이 기준을 초과한 신약은 급여화가 어렵다는 평가 관행이 있었으나, 이번 사례는 혁신 신약에 대한 새로운 평가 기준이 실제로 적용돼 건강보험 등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번 반가운 소식을 마주하는 우리는 기쁨과 함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깊은 슬픔도 있다. ‘트로델비’는 2023년 5월 9일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등재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사이 많은 환자가 고액의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해야 했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였던 고(故) 이두리 대표는, ‘트로델비’의 급여화를 촉구하며 국회 국민동의청원, 언론방송 인터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에 앞장섰다. 정작 본인은 ‘트로델비’ 급여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2024년 11월 29일 생을 마감했다.
이번 ‘트로델비’의 건강보험 등재는 환자단체의 지속적인 요청이 반영된 의미 있는 조치이지만, 식약처 허가 이후 등재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된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특히, 대체제가 없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지연은 제도 운영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혁신 신약에 대한 새로운 평가기준은 환자의 신약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적용돼야 하며, 기다림 속에서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평가 방식의 유연화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는 환자의 생명과 치료 접근권을 중심에 두고 작동해야 한다. 정부와 제약사는 더 이상 시간이 생명을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 운영과 협상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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