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글루카곤 제제를 포함한 일부 의약품에 대해 건강보험 약가 급여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일부개정고시를 발표했다.
이번 글루카곤 제제 건강보험 급여 등재는 성탄절을 하루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해진 결정으로, 오랜 시간 저혈당의 공포 속에서 생명을 지켜온 1형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이는 단순한 급여 항목의 추가를 넘어, 저혈당 응급 상황에서 필수적인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이 국가적 보호 체계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됐다.
1. 글루카곤은 1형당뇨병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 의약품이다
1형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사해야 하는 질환이다. 인슐린 투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혈당은 적은 용량 차이로도 발생하며, 1시간만 지속돼도 혼수 상태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응급상황이다.
글루카곤은 의식을 잃은 저혈당 혼수 상태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응급 의약품으로, 인슐린과 함께 환자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구비돼야 하는 필수의약품이다.
2. 7년만에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환영한다
지난 2017년 국내 생산 글루카곤(가르콘주)의 생산이 중단된 이후, 환자들은 긴급도입의약품 제도를 통해 비급여로 약제를 구매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경제적 부담과 수급 불안을 감내해 왔다.
글루카곤 제제는 저혈당 혼수라는 생명 위기 상황에서 사용되는 필수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7년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국내 공급 중단 이후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정에 따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수입·공급해 왔으나, 비급여 긴급도입의약품이라는 한계로 인해 환자들은 수입 시점에 따라 개당 약 6만원~27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했다. 이로 인해 비용이 부담되는 환자들은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기존 주사제 형태의 한계를 보완하고 응급 상황에서의 투약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비강 분무형 글루카곤 제제인 ‘바크시미’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저혈당 혼수 상황에서는 보호자나 보건교사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투약을 해야 하는데, 주사제는 조제 과정에서의 실수나 투약 실패 위험이 크고 이에 따른 심리적 부담도 상당하다. 반면 비강 분무형 제제는 주사나 조제 과정이 필요 없어, 학교 보건교사나 의료인이 아닌 보호자도 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투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긴급도입의약품 중 약 18%가 이미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음에도, 생명과 직결된 글루카곤 제제는 비급여로 남아 있었던 현실은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고시에 따라 바크시미 나잘스프레이는 20만 6785원, 글루카겐하이포키트주는 6만 3657원의 가격으로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된다. 이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고, 저혈당 응급 상황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안전망을 강화한 결정이다.
3.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적극 행정에 감사한다
이번 급여 등재는 환자 단체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관계 기관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우회의 의견을 수렴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에 전달했으며, 대한당뇨병학회에 전문가 의견 조회를 요청하는 등 급여화 처리를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공급이 어려운 바크시미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등록하고, 수급 환경 개선을 위해 해외 판매사와 소통하며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복잡한 행정 절차와 수급의 어려움 속에서도 환자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급여화를 이끌어낸 두 기관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4. 의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처방 확대가 필요하다
환우회는 이번 급여 등재를 계기로 환자들이 더 이상 저혈당의 공포 속에서 홀로 분투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급여 등재 이후에도 글루카곤 제제의 처방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학교와 공공기관 내에서 응급 투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후 관리에 나서야 한다.
환우회는 앞으로도 1형당뇨병 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설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결정을 내린 모든 관계자에게 다시 한번 환영과 감사의 뜻을 전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