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현장은 진료지연과 불완전한 환자 데이터로 인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의 91%가 데이터 문제로 임상 시간을 낭비한 경험이 있었던 것.
하지만 AI 도입이 도입되면 대기시간 단축과 진료효율 개선, 예방의료 강화 등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돼 향후 활용방안이 기대된다.
다만 의료진과 환자 간 AI 신뢰 수준은 대조됐다. AI가 치료결과를 개선시킬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평가한 비율이 의료진에서 86%였던 반면, 환자에서는 60%에 그쳤다.
필립스코리아가 2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5 미래건강지수 한국보고서 결과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6개국 1900명 이상의 의료 전문가와 16000명 이상의 환자 대상 설문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AI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 격차’를 조명했다.
간담회에서 필립스코리아 최낙훈 대표는 ‘미래건강지수 보고서’ 10주년의 의의와 한국 보고서의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최 대표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의료 현장은 진료 지연과 행정 비효율로 인한 부담을 겪고 있다. 국내 환자의 53%가 전문의 진료 대기를 경험했으며, 평균 대기 기간은 40일에 달했다.
또한 의료 전문가의 91%는 불완전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환자 데이터 문제로 인해 임상 시간이 낭비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들 중 절반(51%)은 교대 근무 당45분 이상, 의료진 1인당 연간 4주 이상의 근무 시간이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대표는 의료 전문가들은 AI를 올바르게 구현하면, 환자 진료 수용성 확대(92%), 대기 시간 단축(91%),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의료 개입(89%), 반복성 작업의 자동화(85%) 등 의료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기반 예측적 분석과 원격 환자 모니터링 등을 통한 예방 의료의 혁신으로, 조기 개입을 통한 생명 구제(90%), 급성 또는 응급 의료 처치 감소(86%), 병원 입원율 감소(84%)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헬스케어 AI에 대한 인식에는 의료진과 환자 간 차이가 있었던 모습이다. 국내 의료진의 86%는 AI가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이에 대한 환자의 긍정 응답 비율은 60%에 그쳤다.
환자들은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의사와의 대면 시간이 줄어들 것(46%)을 우려했고, 의료 전문가들은 AI 오류 발생 시 법적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점(74%)을 걱정했다. 또한 의료 전문가의 84%가 새로운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필요를 반영해 설계됐다고 느끼는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헬스케어 AI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조사됐다.
환자들은 AI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더 긍정적으로 만드는 혜택으로, AI로 인해 실수가 덜 발생한다면(50%), 의료비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 준다면(43%), 건강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면(40%) 등을 꼽았으며, 의료진은 AI에 대한 신뢰 구축에 필요한 요소로, AI 활용법 및 제한 사항에 대한 명확한 지침(39%)과 AI 활용 관련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36%) 등을 원했다.
이에 필립스는 헬스케어 AI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사람 중심의 AI 설계 ▲인간과 AI의 협력 강화 ▲효능과 공정성 입증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다양한 분야 간 파트너십 구축을 제안했다.
최낙훈 대표는 “AI는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신뢰를 쌓는 속도도 같이 맞춰서 보조를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와 의료진 모두 투명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를 원한다. 혜택이 명확해지면 기술 수용도가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다”면서 “보고서가 헬스케어 AI 신뢰 구축과 혁신 가속화를 위한 의미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간담회에서 용인세브란스병원 김은경 병원장은 의료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병원의 실증 사례를 소개했다.
김은경 병원장은 “AI 도입의 성공은 기술 자체보다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 구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사례와 명확한 근거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과 환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필립스 ‘미래건강지수 2025 한국 보고서’ 전문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