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끝내 공단과의 내년도 수가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렬을 선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19일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이로써 공단은 내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이 체결됐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경우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공단 협상단에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협상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공단이 제시한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한 의사협회 좌훈정 공보이사는 “회원이 납득할만한 수치가 아니었으며, 2%대 계약은 않겠다”고 말하며, “이로써 의협은 세 번째 수가협상에서도 결렬됐다. 따라서 이젠 수가계약제도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되돌아보았을 때 의사협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공단이 제시한 수치보다 인상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좌훈정 공보이사는 “협상이 결렬된 만큼 건정심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경만호 회장 역시 건정심에 강경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이 건정심에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협회가 행동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손해가 크더라도 제도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혁할 것이다. 이를 통해 수가협상에서 받은 피해를 만회하겠다”고 다짐했다.
의협의 경우 올해 수가협상의 경우 타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 어느 해보다 강했던 것이 사실. 즉, 결과적으로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이제 더 이상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좌훈정 공보이사는 “세 번 실패한 제도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는 받을 수 없다. 받아보아야 마이너스”라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기대했던 회원들도 있을 수 있다. 이제 명분은 확실해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당장은 집단행동은 아니더라도 보건의료정책에 강력한 비판은 물론, 회원들에게 의견을 묻겠다”면서 “올해가 마지막 테스트였다고 본다. 그동안 의료계의 협조에 비해 정부는 의료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정부와 건보공단을 강하게 비난했다.
의사협회에 이어 대한병원협회 역시 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병원협회 박상근 보험위원장은 “공단은 의료공급체계를 불신하는 것 같다. 공급체계가 없는 건강보험이 되는지 의문”이라면서 “이럴 바에는 외국인 의사를 데려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해 수가계약 제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공단은 내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과 수가협상을 체결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과는 끝내 결렬돼, 공단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수가협상의 경우 재정소위가 가이드라인으로 2%를 제시, 모든 유형에 대한 타결이 가능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협상을 타결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 오전 8시에 개최되는 임시재정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공단의 이번 수가협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재정소위가 공단이 요구한 가이드라인을 주었음에도 지난해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일 열리는 재정운영위원회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