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장시간의 회의 끝에 9일부터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대한병리학회는 제2차 비상대책회의에서 비대위를 결성하고 오는 14일까지 정부의 해법을 요구하며, 향후 준법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대한병리과학회와 전국 병리과 전공의들은 지난 8일 건정심 수가인하 결정과 관련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7일 부산지역 병리과 전공의들을 주축으로 파업에 돌입한 것과 관련한 대책과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
학회보다 먼저 회의를 개최한 전국 병리과 전공의들은 용산 KTX회의실에 모여 비대위를 결성했다. 이후 전공의들은 대한병리과학회 비상대책회의가 열리는 서울대병원으로 이동, 장시간의 회의를 가진 후 전국 총파업을 결정했다. 투표인원 158명 중 찬성 119명, 반대 38명, 기권 2명으로 파업안이 가결됐다.
비상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된 노상재 전공의는 “9일부터 전국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9일부터는 근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투쟁은 오는 10일 열릴 대한병리학회의 제3차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후에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총파업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비대위는 “학회와 면담을 했지만 우리가 신뢰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병원들은 전화를 통해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투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또, “지난해 병리조직검사 행위의 재분류로 수가의 자연증가분을 제외하고 일부 총액 증가가 있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현재 수가는 여전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체의 접수 및 육안 검사, 슬라이드 제작과 검체의 처리 및 보관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사무직원, 임상병리사, 병리의사의 인건비와 재료비 및 관련 고가 장비의 감가상각비를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이런 악조건은 해당 인력의 업무 과다 및 슬라이드의 질 저하를 유발하여 최종 진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단순히 증가율에만 주목해 상당 부분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행위에 대한 수가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정부는 병리학회와 사전 협의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시행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 일방적인 병리과 수가 인하안을 즉각 철회하고, 병리학회 회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병리조직 검사 수가를 즉시 정상화해야한다. 또, 병리학회 회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병리전문의 판독료를 즉시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전공의들의 이같은 결정에 대한병리학회는 충격적이라는 입장이다.
병리학회 서정욱 이사장은 “전공의들에게 신중한 결정을 당부했지만 전국적 총파업으로 결정했다”며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전공의들이 이번 수가인하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전공의 비대위는 책임있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서정욱 이사장은 전공의 비대위에 학회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신분상 불이익과 관련된 경고 등이 나오고 있지만 학회는 전공의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이라면서 “이처럼 전공의 비대위가 총파업을 결정한 것은 이 상황에서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울러, 서정욱 이사장은 “전공의들의 총파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파업이라고 정부나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국민건강 입장에서 볼 때 위험한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공의 비대위가 전국 총파업을 결정함으로 인해 9일 서울지역의 주요 대학병원에서 나타날 행동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