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가협상은 의ㆍ병협이 2011년도 수가를 각각 2.7%, 1.2%를 확보하고 시작함에 따라 타 단체들이 건보공단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협과 병협의 경우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약제비 절감을 부대조건으로 내년도 수가협상 시 이를 기본인상률로 설정한 후 협상한다는 어드밴티지(advantage)를 얻게 된 것.
그렇다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에 좋은 조건이라고만은 할 수없는 일이다. 지난해 수가결정 부대조건이었던 4000억원 약제비 절감 여부에 따라 인상률이 플러스가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모두 사실상 “약제비 절감 실패”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즉, 올해 수가협상에서 의협과 병협은 동결이거나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올해 수가협상 과정은 약제비 절감부분으로 인해 먼저 수가협상을 진행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비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결국, 의협과 병협의 내년도 수가인상률은 협상이 종료된 이후에 결정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보공단의 협상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약제비 절감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는 추측이 우세하다. 따라서 절감을 못했다면 건보공단이 이번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지불제도가 됐든 뭐가됐든 가시적인 성과를 노려볼만 하다”면서 오히려 기회라는 시각을 보였다.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최방섭 (前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회장 역시 올해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페널티라는 부분이 사실상 사라져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 단체들이 제대로 된 협상에 임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라며 “협상이 결렬됐음에도 건정심에서 수가가 인상된 예가 있어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페널티 문제에 대해서는 가입자단체 역시 같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의협과 병협에 매우 유리한 협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비록 지난해 약제비 절감이라는 부대조건이 있으나 각자 해석을 하기에 따라서 달라 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약제비가 줄었다”는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당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이었던 최방섭 회장은 “부대조건이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현재는 복지부가 약제비 절감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약제비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약제비 절감부분을 어떻게 결정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 한 위원 역시 약제비 절감과 관련한 기준 설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의협과 병협의 수가결정 과정을 보면 시간적으로 촉박한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시간적인 문제로 인해 약제비 절감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의협과 병협은 협상이 결렬된다 하더라도 2.7%와 1.2%에 대해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게 된 것.
한편,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올해 수가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게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든 단체 수가협상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건보공단의 협상력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