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노예라며 피켓 든 의사들 부끄럽다”

정형근 이사장, 건보 국제연수장서 집회 연 전의총에 일침

9일, 전국의사총연합이 국내 건강보험제도 정책에 대한 불합리함을 알린다는 목적으로 건보 국제연수교육장을 찾아 항의 집회를 연 것과 관련해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의사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는 부끄러운 행동을 한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강연을 진행하기 위해 건보제도 국제연수교육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우선 “의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도 뒤로 한 채 집회를 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이사장은 그러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 연수교육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건보제도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국제적인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항의 집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사회의 지도층이자, 인텔리인 의사들이 스스로를 정부의 노예라고 칭하며 이와 같은 집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행동이든 때와 장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항의 집회가 옳은 행동인지 모르겠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 이사장은 또한 “공단은 정책을 집행하는 곳이지 세우는 기관이 아니다. 정책설정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특히 이런 정책에 대해 정부에 건의할 때는 이를 논의하는 공식단체(의협·병협)가 있으므로 공식채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면서 전의총의 일방적인 항의 집회가 무의미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이사장은 아울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좋다는 것은 WHO에서 말한 것이지 자화자찬이 아니다”라며 “제도의 어려움이 따르는 점도 있지만 이보다 더 환경이 좋지 않은 곳도 있다는 걸 염두해 두고 모든 것은 국민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면담 요청을 묵살해 항의 집회를 열게 되었다는 전의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화를 요청해 오면 이에 응할 것을 생각해 보겠지만 일단 공식적으로 면담 요청을 받은 바 없고, 국제적인 행사에서 전대미문의 항의 집회를 연 이들이 대화의 파트너가 될 양식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며 사실상 거절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