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간의 내년도 유형별 요양급여비용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수가협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전년도 약제비 부대조건의 불이행, 연말 보험재정의 큰 폭 적자예상 등 악재만 겹쳐 난항이 예견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과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 대한병원협회(회장 성상철),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수구), 대한약사회(회장 김구),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는 28일 수가협상을 위한 상견례를 가지며 수가협상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이날 상견례에서는 건강보험재정 문제와 보험료율 등에 대한 큰 틀에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의료계의 어려움을 알리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상견례에서 공단과 공급자단체장들이 1차의료 활성화와 저부담 등에 대한 공감대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올해 수가협상의 최대 화두는 단연 지난해 수가결정에서 부대조건으로 합의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두 단체의 4000억원 약제비 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재정 적자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교체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약품비 절감의 경우 현재까지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의협과 병협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의협과 병협이 약제비 절감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수가협상에서 어떻게든 적정선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수가결정 부대조건인 약제비 절감에 따른 ‘수가감산’부문 때문. 의협과 병협으로서는 어떻게든 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적정선에서 인상안을 받아들인 후 약제비 절감에 따른 감산부분을 적용받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수가협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당초 제5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9월말 종료됨에 따라 특정 가입자단체의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됐다. 하지만 현재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제6기 재정운영위원회의 경우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6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됐던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위원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변동없이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복지부는 지난 27일 각 단체에 29일까지 위원 추천을 통보한 상태이다.
재정운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위원 추천이 마무리되면 수가협상을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회의가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가이드라인으로 총액계약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수가협상부터 지금까지 공급자측은 총액계약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재정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재정운영위원회 회의에 공단에 이 같은 부분을 이야기했으나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면서 “공단은 지난 수가협상처럼 공급자측에서 먼저 제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그렇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통제 수단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협상에서 의ㆍ병협의 수가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지난해 수가결정 부대조건이었던 부분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만약 협상과정에서 수가인상과 연동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가감 부분과는 별건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재정의 적자도 이번 수가협상의 변수로 볼 수 있다. 최근 건보공단이 발표한 재정현황에 따르면 연도말까지 매월 2000억원~3000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예상을 내놓았다.
건보공단의 재정추계만 놓고 본다면 올해 말이면 1조원 가까이 적자가 발생한다. 이처럼 건강보험재정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가를 인상해 줄 경우 가입자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며, 이 또한 수가협상의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