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은 18일 2011년도 수가계약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수가계약의 결과는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모든 공급자단체가 공단과 부대계약을 조건으로 수가인상에 합의했다.
수가협상이 마무리됐지만 이를 둘러싼 해석이 각기 모두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협상의 당사자였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은 의미있는 수가협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협상이 결렬된 의사협회는 협상 같지 않은 협상이었다고 혹평했다.
시민단체들 또한 이번 수가협상 결과에 말 그대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수가협상 과정을 돌아보자. 이번 수가협상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금까지 수차례 언급했던 ‘약제비절감’이었다. 이와 함께 건보공단이 각 유형에 제시할 ‘부대조건’이 무엇인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었다.
약제비절감 부분과 관련해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부대조건에 한쪽은 타결을 한쪽은 결렬을 선언하는 결과를 나았다. 공단과 수가협상을 타결한 단체들은 ‘환산지수 공동연구’라는 부대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수가가 인상됐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수가계약 결과를 두고 각기 해석을 달리하는 모양새다.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은 부대조건의 내용.
입장차이는 무슨? 협상 자체가 없었다!
건보공단은 올해 수가협상의 가장 큰 성과로 의약단체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약품비 절감 노력과 예측 가능한 지불제도 개선, 환산지수 공동연구 등의 부대조건 협력을 이끌어 낸 점을 꼽았다.
이어 건보공단은 “의약단체가 행위별 수가제인 현재의 진료비 지불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지불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협상이 결렬된 의사협회에 대해 건보공단은 “상호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계약이 무산됐다”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보공단이 이처럼 자평하는 것과 달리 의사협회는 올해 수가협상을 한 마디로 “협상이 협상이 아니었다”고 혹평했다.
의사협회 수가협상단 관계자는 “먼저, 결렬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부와 공단이 겉으로는 1차의료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지만 이젠 의구심이 든다”면서 “수가협상 자체가 매우 실망스럽고 이제 더 이상의 약제비절감 노력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건보공단이 의사협회와의 수가협상에서 실질적인 수가인상 수치를 제시한 시각이 자정에 가까웠을 때로 사실상 “받으려면 받고 받기 싫으면 말라”는 식이었다며 협상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단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협상보다는 부대계약에 더 관심이 많았다”며 “수가협상은 말 그대로 수가를 협상하는 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이번 태도는 본인들의 역할을 망각한 행태에 불과하다. 또, 공단 스스로 초우월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부대조건 없는 부대조건…건정심 조속히 열고 논의해야
수가계약이 불발로 끝난 의사협회의 내년도 수가는 결국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손으로 넘겨졌다. 재정운영위원회가 의사협회에 대한 패널티 적용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패널티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의사협회 협상단 관계자는 “협회는 건정심에서도 지금의 구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1차의료가 붕괴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라면서 “1차의료가 붕괴될 경우 2차, 3차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릴 것은 뻔 한 일이다. 따라서 진료비는 급증할 것이고 건강보험재정은 큰 어려움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협회가 이번 수가협상 과정이나 결과에 혹평하듯 시민단체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수가계약 결과와 관련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한 마디로 말도 안되는 짓을 했다”면서 “공단이 의․병협과 수가계약을 하려다 오히려 다른 단체들까지 수가를 인상해주는 결과를 나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건보공단은 수가계약에서 공급자단체들과의 부대조건을 달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데 그게 부대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환산지수 공동연구와 회계자료 투명화 등이 공단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불제도개편인지 황당하기만 하다”며 공단이 부대조건을 명분으로 이번 수가계약을 포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19일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며 조속한 시일 내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 관계자는 “조속히 건정심을 열고 수가를 논의하자는 이유와 함께 1차의료활성화 논의를 위해서 요청했다. 건정심에서 정부가 과연 1차의료 살리기에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