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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사불신 소지 ‘액자법’… 태풍권 벗어나

병원 ‘환자의 권리와 의무’액자 쉽게 볼 수 있도록 위치 변경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액자를 모든 의료기관에 걸도록 한 일명 ‘액자법’이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따라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복지부는 모든 의료기관에 환자가 진료 전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접수창구 및 응급실에 일정규모 이상의 액자로(전광판 포함) 제작·게시하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토록 하며 게시의무 위반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이에 의료계는 ‘환자 권리 보호를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현장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준수되고 있는 사항들을 새삼스럽게 액자로 다시 제작해 게시토록 강제함으로써 오히려 의료인이 소신진료를 주저하게 되고 환자와의 신뢰관계 또한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의료계일각에서는 정부가 액자 판매해 얻는 게 있는 것이 아니냐며 현실을 무시한 행정주의적 행태를 비꼬기도 했다.

의협은 위반시 과태료로 강제화하는 환자권리 게시는 반대한다며 환자의 권리와 의무 외에도 ‘의료인의 권리와 의무’, ‘정부의 권리와 의무’까지 함께 명시한 의료기관 게시물을 제작해 각 시도 및 시군구 의사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배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료계의 심한 반대에도 시행을 강행한 제도지만 입법예고 기간중 접수된 각계의 의견이 반영돼 당초 가장 문제가 되었던 '의사나 의료에 대한 불신소지의 규정'등이 대폭 해소되었다.

근본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의료계 입장이 받아들여졌다. 즉 환자의 의무와 권리를 담은 액자 위치를 ‘접수창구와 응급실’에서,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한 ‘쉽게 볼 수 있는 곳’으로 변경해 병원 어디에나 걸어놓기만 해도 되도록 했다. 액자 크기 역시 일정규모 이상으로 규정했던 부분을 후퇴 시켰다.

특히 의료계가 문제를 제기했던 게시 내용상의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 중 분쟁조정원 문안 삭제 요청에 대해서는 ‘피해구제’에서 ‘상담·조정 신청’으로 표현을 완화해 조정했다.



기자가 시행 하루전인 1일 서울대병원을 확인한 결과, 접수창구와 응급실이 아닌 진료실 안에 액자를 걸어 놓았으며, 어린이병원의 경우는 접수창구 대기석 뒤편 전광판을 통해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시간이 불과 10초도 안되고 화면이 지속적으로 바뀌어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로비의 경우 환자 이동이 많아 각 진료실에다 걸었다며 제도를 벗어난 것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진료 받는 환자들로서는 짧은 진료시간에 의사와 대화하기도 바쁜데 진료실의 액자를 언제 보고 글을 읽고 있냐며 제도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니까 병원서도 형식적으로 한 것 같다며 별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의료계에 반발을 사면서까지 강한 의지를 보이며 시행했던 제도이지만, 결국에는 단순히 진료실 벽을 채우는 액자를 하나 더 걸었을 뿐이라는 비 효율적인 제도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