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직접 나서 의료수가에 대한 정확한 원가계산을 통해 사용된 자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세의대 보건행정학과 이해종 교수는 14일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제2차 정책토론회에서 건강보험 원가체계 구축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현 수가체계의 문제점으로 환산지수를 지목했다. 원가상승분을 보상하는 개념으로, 파이 규모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갈등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재 원가계산법 문제있어
수가는 원래 발생된 원가를 보상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사용된 자원을 원가계산을 통해 적절히 보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현재의 원가계산법은 ▲표본의료기관의 선택 문제 ▲의료기관 원가자료의 부정확성 문제 ▲원가 내용 및 계산방법에서 표준화된 규칙이 없는 문제 ▲표준원가를 정의하기가 어려움 등의 문제점으로 손쉽게 계산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얼마가 진정한 보상의 표준이 되는 원가인가를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가계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호주나 대부분의 유럽국가 등 원가계산을 시행하는 국가들의 경우 평균개념을 표준원가로 정리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가를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원가계산법을 근거로 한 수가결정체계는 각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한편, 같은 개념을 가지고 계산되는 SGR법에서도 이해당사자간 계산결과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 계산에 어떤 지표를 사용하느냐하는 것과 같은 지표라도 다른 값을 적용하느냐에 따른 차이로 크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 원가 정확히 파악해야
이 교수는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에 대한 원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단순하지만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사용하고 있는 SGR법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구하는 기관에 따라 다른 계산결과를 생성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 간에 갈등과 불신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해 상호 협조와 보완을 해야 할 의료계와 보험자 단체에게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효율적인 협의과정을 통해 수가를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협상을 위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즉,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다는 것. 의료서비스원가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SGR법 같이 임의연도를 기준연도로 잡고 다음연도의 상승률만을 계산하는 방법으로는 의료계의 보상욕구를 정확히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모든 갈등의 해결책은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원가가 정확히 얼마인지를 파악해야 하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실제원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가가 적절하게 보상되고 있는 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면 갈등요소가 많이 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발생원가에는 비효율적인 원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도 있지만 의료기관의 발생원가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 자체가 정책적 의사결정의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원가가 정확하게 계산되면,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수가수준을 검증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수가협상의 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가계산은 미래지향적으로 매우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확한 방법론을 가지면, 보다 정확한 원가를 알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소수의 의료기관을 샘플로 단순한 원가계산을 해서는 정확한 원가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원가계산을 위해서는 각 의료기관에서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원가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BC(activity based costing)원가 도입 필요
한편, 각 의료기관에 정확한 원가계산을 위한 전산원가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한, 전통적인 방법에 의한 원가계산이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방법이 소모된 자원원가를 정확히 원가대상에게 배분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ABC(activity based costing)원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BC에 의한 원가계산은 인과관계를 기초로 하여 원가를 활동에 배분한 다음, 원가대상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원가계산이 자원이 발생한 곳에서 원가대상으로 단순히 배분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는 현재도 약 50여개의 병원들이 ABC 원가계산을 활용해 원가계산을 하고 있다며 점차 원가계산을 하는 병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동시에 보다 세분적인 원가계산을 하고 있는 병원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