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의사 전면파업 중단 결정은 환영할 일이나 환자 생명을 불모로 한 의사파업은 정부와 의협 모두에게 비난과 불신의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아무도 정부와 의협을 믿지 않을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가 의정협의 결과에 대해 24일 이같이 논평했다.
환연은 의협이 파업 명분으로 제시한 3가지 아젠다에 대한 의정 합의결과 중 첫 번째,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6개월 시범사업 후 입법에 반영한다는 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의협이 포괄적 원격진료를 반대가 아닌 조건부로 수용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두 번째,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서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시 진료수익의 편법 유출 등 우려되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5개 의약단체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마련하고 의견을 반영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의협이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대해 건정심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는 방향으로 올해 안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수가 협상 결렬시 공정한 수가결정이 가능하도록 건정심 산하에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를 구성·논의 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환연은 “건정심을 의사에게 유리하게 개편하는 것은 의료수가를 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의협이 파업의 핵심 명분이면서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의 지지까지 얻었던 원격진료 반대와 의료영리화 반대는 그럴듯하게 포장해 정부에 양보하고, 수가인상의 통로가 될 건정심 구조를 의사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전리품만 챙겼다는 것.
환연은 이에 대해 “속칭 ‘삼류 드라마’ 한편을 연출한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연은 다만 이번 의정 협의 결과에서 전공의 최대 주당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전공의의 근무조건은 의료의 질과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전공의 근로조건 개선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는 중요한 아젠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라며 그 외에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나타내며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동시에 총파업을 한 의협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환연은 “의협은 환자의 생명을 인질로 정부를 협박해 건정심 구조개선 약속을 받아냈고, 국민과 환자와 시민사회단체의 입을 막기 위해 ‘의료영리화 반대’라는 할리우드 액션을 연출했다”며 “우리 환자들과 국민들은 의협의 이러한 모든 행보를 다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영리자법인 도입 방침을 철회하기는커녕 타 의약단체까지 끌어들여 논의기구 형태로 교묘하게 추진하려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도서·산간·벽지 등 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우선 허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협에게 건정심 구조개선 약속이라는 당근을 주는 방법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포괄적 원격진료 추진 가능성을 열어 놓게 만들었다”며 이에 대해 '야합'이라는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환연은 의협에 대해 지난 3월 3일과 7일 두 번에 걸쳐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이 아닌 왜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환연은 “앞으로 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와 함께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료영리화 정책을 의료계나 국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의사총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와 환자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협박한 의협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에 대해 “이제는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길 촉구한다”며 “의료제도의 개선은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환자도 함께 참여하는 환자중심의 보건의료정책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영리화, 원격진료 이슈는 물론이고, 건정심 구조개선 또한 의료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국민과 환자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