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종료를 곧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 이하 의원협회)가 의원급의료기관의 수가를 반드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이철호 단장을 주축으로 수가협상단을 꾸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2015년도 수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공단은 매년 부대조건을 공급자단체에 제시하고 있는데 올해는 총액계약제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 “진료비 관리목표제”를 부대조건으로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원협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과연 공단이 수가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원급의료기관의 수가가 정상화 되어야 하는 다섯가지 이유”를 밝혔다.
의원협회가 수가인상의 근거로 내세운 첫 번째 이유는 ‘저수가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
의원협회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로 인해 의원급 경영은 날로 악화되어, 매일 4.2개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며, 개원 대비 폐업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제도의 근간이 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생존은 국민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수가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한 명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가 정상화는 곧 의료의 정상화’라는 주장이다.
단지 의원급의 경영개선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짧은 진료시간으로 인한 의료의 질 하락 ▲비급여 진료의 증가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 ▲필수진료과목의 몰락 ▲의료시장 질서의 파괴 ▲일차의료기관의 몰락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등 저수가의 폐해를 수가 정상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수가 정상화 없는 보장성 강화는 의원급 의료기관 몰락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의원협회는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민의 부담이 지나치게 낮아 이는 낮은 수가와 낮은 보장률로 귀결됐다”며 “적정한 부담이 되면 수가와 보장률로 수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까지 정부는 건보재정에 여유분이 생기면 이를 수가정상화가 아닌 보장성 강화에 투입해왔다”고 지적하며 “사실 보장성 강화는 대부분 병원급 의료기관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병원의 급여비 점유율은 증가하고 의원의 점유율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정상화가 전제되지 않은 보장성 강화는 오히려 의원급 의료기관의 몰락 및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의원협회는 예측했다.
의원협회는 네 번째로 ‘지금까지 정부는 의료계에 수가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행위량 조절 기전을 요구해왔지만 수가 정상화되면 자연스럽게 적절한 행위량이 유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근거로 의원협회는 지난해 7월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경제상황 변화가 건강보험 급여비에 미치는 영향분석”이라는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급여비 증가율은 명목 GDP 증가율, 노동생산성증가율, 민간소비증가율, 명목임금증가율, 교역조건증가율과 양의 관계가 있으며, 실업률, 소비자물가증가율, 전월세증가율과 관계가 있다.
즉, 경제상황이 좋고 국민들에게 가처분 소득이 많으면 요양급여비도 증가하고, 반대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낮으면 요양급여비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행위량 증가가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한 공급자의 과잉진료 때문만이 아닌, 낮은 본인부담금에 의한 환자 요인의 행위량 증가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적정수가와 적정 환자본인부담금이 책정되면 행위량이 조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가격 대비 수요탄력성이 큰 비필수의료와 낮은 본인부담금으로 형성되었던 의료 가수요가 행위량 조절과 관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섯번째는 ‘건강보험재정의 책임은 오직 공급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건강보험재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인,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건보공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에 규정된 정부지원금 마저 제대로 내지 않는 정부, 한정된 재원을 포퓰리쥼 정책으로 낭비하는 정치인들, 왜곡된 의료 상황을 오로지 공급자 책임으로만 돌리는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방만한 운영 및 건강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공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마치 공급자의 행위에 의해서만 건강보험재정에 문제가 발생하는 양 모든 책임을 공급자에게 돌리며, 총액계약제 또는 진료비 관리목표제와 같은 악법과 저수가를 강요하며 문제의 본질을 회피해왔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원협회는 “수가정상화는 의원급의료기관의 경영개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저수가로 인한 모든 국민의 피해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