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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공단vs담배사 불붙은 ‘담배소송’ 쟁점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 10조원”VS “직접적인 손해 사실 없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537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2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2부(판사 박형준) 심리로 진행된 첫 변론에서 건보공단 측과 담배회사 변호인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공단 변호인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 지출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한다”며 “후두암과 폐암 관련 10년간 지급된 537억원을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배회사 변호인단은 “공단이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없다. 보험급여 지급은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가 아니며 질병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은 원고 본연의 업무”라면서 소송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쟁점.1 공단의 직접적인 손해라고 볼 수 있나

공단은 흡연으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로 지급된 손해액을 담배회사들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암 등 질병 발생원인이 담배를 수입·제조한 담배회사에 있다는 것.

공단 측은 담배연기에 포함된 타르, 비소, 메탄, 벤젠 등 69종의 발암물질로 담배 유해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공단 측 자료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금액만 10조원에 육박한다. 흡연은 자유의지라는 인식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고 미국에서도 진료비를 부담한 주정부들이 직접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460억달러에 합의를 이끌어 낸 사례도 있다.

공단 측 변호인은 “미국 사례에서 담배회사들이 정정 진술문을 통해 금연이 쉽지 않다고 밝혔고, 미국정신의학회도 담배 중독성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WHO 등 국제 기구는 담배를 개인과 공중에 대한 위험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인들의 시각도 기호품에서 ‘허락되지 않은 위협’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회사 변호인단은 “공단은 사건 소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며 “손해로 구성할 수 없는 치료비를 청구하면서 사법권에 의한 피해구제라고 볼 수 없는 금연운동 차원의 소송제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쟁점2. 흡연-폐암 인과관계 증명할 수 있나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중독성을 유발하는 니코틴 등으로 담배를 만들어 질병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담배회사 측은 개별적 인과관계를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공단 측 변호인은 “중독성이 더욱 강하게 의도적으로 담배를 설계했다”며 “니코틴 흡수를 극대화하거나 담배 맛을 순하게 하기 위해 암모니아 등을 첨가했다”고 지적했다.

공단 측 주장에 담배회사 변호인단은 “개인마다 흡연량, 습관 등이 달라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 개인의 흡연과 특정 질병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도 증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KT&G측 변호인은 “담배 유해성은 인정하지만, 원고가 주장한 유해성과 중독성은 선행 소송 쟁점과 동일하다. 공단 측 주장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쟁점3. 제조물 책임 설계·표시상 결함 없었나

공단 측은 “담배의 유해성을 부인하는 담배회사가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이고 충분한 경고를 해 왔다고 볼 수 없다”며 “제조업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독성과 유해성을 경고함에 있어 최근까지도 그 문구를 추상적이고 불분명하게 표현했다는 지적이다.

공단 측 변호인은 자료를 통해 담배회사들이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담배회사 변호인단은 “담배의 성능과 효용을 유지하면서 니코틴과 타르만을 선별적으로 현저히 감소시키는 기술은 없다”며 첨가물에 관한 원고 주장도 부인하면서 “고의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 측이 직접 제조물 책임과 민법상 불법행위를 묻는다는 것은 법률상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원고의 직접 손해 여부와 흡연과 폐암 인과관계 증명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향후 공판에서는 양 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2차 변론은 11월 7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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