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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건보공단, “우리가 심평원 기만전술에 당했다”

심평원 국제행사 공식 대응 임박…“우리와 언제 협의했나?”


심평원의 국제행사 개최일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간 공식대응을 자제해왔던 건보공단이 결국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행사를 준비하면서 법적으로 명시된 보건의료 구매자가 아님에도 자신들이 보건의료 구매자 역할을 건보공단과 나눠서 하고 있다고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는 심평원의 행보에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별다른 제스처를 보이지 않던 공단이 급기야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국제행사(세계 보건의료구매기관 네트워크 구축)가 오는 8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심평원은 이를 위해 이미 국제기구, 보건의료 서비스관리기관장 및 관계자 400여명을 초청하는 등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심평원이 이번 행사를 개최하면서 외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에게 자신들도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구매기관(Purchasing)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함에 따라 공단의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손명세 원장이 지난해부터 5억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을 들여 자신을 구매기관장이라 스스로 칭하면서 국제행사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등 기만전술을 펼쳤다는 게 공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공단 노조는 지난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친 성명을 통해 심평원과 손 원장을 비난했으며 특히 지난 23일 성명에서는 “손명세 심평원장이 개인야욕을 채우기 위해 심평원을 구매기관으로 둔갑시키고, 자신을 그 구매기관의 장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심평원의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손 원장 자신이 초대 의장을 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만들고 기구의 조직규정까지 만들었으며 총회 초대의장 자격조건 역시 ‘당해년도 총회 개최국가의 대표 보건의료 구매기관장’으로 못 박았다는 것이다.

공단 노조는 특히 “보험재정을 조달하고, 의료공급자들과의 계약에 의해 진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자인 공단에 대해서는 일체의 사전협의도 없이 행사 군데군데 이사장을 들러리로 끼워 넣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노조만 심평원 비난 앞장…이제 공단이 직접 나서나?
사실 그동안 공단은 심평원의 국제행사 행보에 내부적으로 강한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공단 노조만이 네 차례에 걸쳐 국제행사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행사 강행 시 행사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등 심평원 공격에 앞장서왔다.

공단이 이토록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 심평원 국제행사 개최에 공단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심평원 이사회에서 ‘2015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사에 심평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공단 상임이사도 배석했고 이 자리에서 이번 국제행사 안건도 함께 의결된 것.

이후 지난 1월 5일에는 보건복지부 승인까지 마쳤다. 공단뿐만 아니라 복지부까지 협의한 사항이므로 이번 국제대회 개최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게 심평원의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심평원은 이번 국제행사가 자신들뿐만 아니라 공단도 함께 주관하는 행사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최근 심평원 국제협력부가 작성한 보고서의 전체프로그램(안)에는 심평원장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 이사장도 대회 개회사를 하기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자신도 모르는 새 심평원 국제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기로 표기된 프로그램(안) 내용을 확인하고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공단, 국제행사 의결됐다고 심평원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심평원의 “공단과 복지부도 함께 의결한 사항이기 때문에 국제행사 개최가 정당하다”는 식의 행보에 공단은 자신들이 “심평원의 ‘기만전술’에 당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심평원 이사회 ‘2015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의에서 심평원 국제행사 개최건이 의결된 것은 맞지만 이날 국제행사건 이외에도 다른 수많은 안건이 함께 처리돼 국제행사 내용에 대해서만 자세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2015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자료집은 700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다른 많은 안건을 포함하고 있었다”면서 “더군다나 심평원이 국제행사를 준비하면서 ‘구매자론’까지 들먹일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예산심의에서는 심평원이 그저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줄로만 알고 공단도 의결에 동의했지만 그 후 심평원의 '구매자론' 행보를 지켜보며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나니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단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에 양 기관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더 이상 심평원의 도를 넘은 행보를 두고 볼 수만 없어 공식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앞으로 심평원의 ‘구매자론’ 행보에 대응해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구체적 근거를 들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공단은 심평원이 내세우는 ‘구매자론’의 오류를 지적하고 “공단이 진정한 구매자”라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률 조항뿐만 아니라 WHO 보고서의 구매 관련 내용 등 다양한 근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이 두 달 후 개최를 목표로 국제행사를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공단이 이토록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행사가 예정대로 무리 없이 개최될 수 있을지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감독기관이면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행사 개최를 승인한 보건복지부도 양 기관의 싸움에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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