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지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자기결정권 강화를 두고 의료계와 법조계가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5일 ‘연명치료 중지 관련 입법 가이드라인 제시’와 관련해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치료중단환자의 기준 및 대상 질병의 종류’ 및 ‘환자의 치료 중간의사에 관한 대리인제도, 환자의 사전의사 지시서 작성 및 병원윤리위원회구성에서의 적법성 확보방안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백경희 변호사는 연명치료를 중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환자의 의사결정은 법률적 근거가 있는 공증제도와 객관적 제 3자 대리인 도입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교수는 “연명치료의 중단은 각 개인이 처한 환경의 개별성과 함게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법으로 명기하기보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처럼 보건복지가족부의 조례로 정하는 것이 사회적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우선 “의식이 분명한 환자가 자신의 치료에 관해 충분히 생각한 후에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면 이를 그 판단근거로 삼을 수 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직접 연명치료에 관한 의논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이와 관련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환자의 직계가족, 특히 진료비를 주로 부담하는 이가 가족을 대표해 환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환자가 말기암이라는 것을 직접 이야기 해 주라는 보호자를 만나기 어려운 진료현장에 대해서 설명했다.
즉, 이러한 국내 의료문화가 점진적으로 사망이 예견되는 말기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소신껏 표현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 교수는 우선 환자가 자신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병원문화가 정착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사전의료지시서와 공증제도 등 자기결정권을 행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연명치료 중단 지침을 법으로 규정하기 보다 “모든 국민은 보건의료인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 의학적연구대상 여부, 장기이식 여부, 연명치료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들은 후 이에 관한 동의와 거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로 보건의료기본법 제 12조를 수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 교수는 또한 “환자들이 연명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려면 우리 사회도 논의를 꺼리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 보다 폭 넓게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며 “연명치료에 관한 지속적 협의체를 구성해 임종환자와 임종환자를 돌보는 이들의 요구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