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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중단으로 절감되는 의료비? '돌봄'으로 환원해야!

'호스피스 기금' 설치 · 지원으로 환자에게 절감 비용 사전적으로 돌려줘야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인간의 존엄 ·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어느덧 시행 1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동 제도는 중단 절차에만 초점이 맞춰진 상태로, 돌봄과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있다.

연명의료 중단은 곧 의료비를 쓰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전문가는 절감된 의료비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린 환자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를 고민하여 호스피스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환자 돌봄을 위해 사전적으로 사용할 것을 정부 · 국회에 주문했다.

2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1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가 '연명의료결정법의 한계와 과제' 주제로 발제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근거하여 2018년 2월 4일 본격 시행됐으며, 2019년 2월 3일 기준 11만 5,259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를 작성 · 등록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전체에서 0.3%에 불과한 수치다. 

미국의 경우 2017년 기준 전체의 36.7%가 사전의향서를 작성했으며, 노인은 45.6%가 등록을 완료했다. 

윤 교수는 "우리는 자기결정권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그러나 실제 연명의료는 가족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자기 결정의 경우도 임종 직전에서 이뤄지며, 293명만이 사전의향서로 본인 의사를 밝히고 임종한다. 대부분 사회 · 경제적 부담이 없을 때는 본인이 의사를 결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가족이 결정하는 것으로 바뀐다. 사회 · 경제적 부담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2019년 2월 3일 기준, 제도 시행 1년간 총 3만 6,224명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하여 사망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망자 중 12.70%에 불과하며, 연간 약 28만 명은 연명의료 결정이 아닌 다른 과정에서 사망한다.

윤 교수는 "3만 6,224명 중 293명만이 사전의향서로 임종했다. 0.8%가 안 되는 수치다. 연간 28만 명이 사망한다고 가정하면 이 중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여 사망한 사람은 0.1%밖에 안 된다. 99.9% 중에서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여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원하는 환자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병원에서는 대개 사망 직전에 사전의향서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환자가 병원에 오는 순간 사전의향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환자가 설명을 원할 경우 설명해주고 사전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모든 병원이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따르지 않은 87.03%의 사망자는 △5%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기관(이하 호스피스) 이용 △35%는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 △60%는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시행)로 임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과도한 절차로 연명의료가 다시 늘어나는지 혹은 DNR을 계속 하는지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미이행한 사망자에 대한 현황 파악도 급선무이다."라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DNR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DNR은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해온 임의 서식이기 때문에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결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윤 교수는 "그동안 해온 DNR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환자들은 사망 직전에 연명의료를 위해 더 많은 의료비를 사용한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들이 절약한 의료비용을 해당 결정을 내린 환자를 위해 사전적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으로 임종한 환자 의료비가 어느 정도 절감됐는지 추산하고, 절감된 의료비용이 임종 · 말기 과정에서 해당 환자의 돌봄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린 환자 대상으로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 하나의 대안이 호스피스이다."라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과제로 윤 교수는 △사전의향서 접근성 및 자기결정권 강화 △선진화된 웰다잉(Welldying, 존엄사) 정책 통합 시스템 마련 △국가 웰다잉 아젠다를 제시한 범부처 종합계획 수립 △범국민적 웰다잉 문화 운동 전개 등을 제안했다. 

사전의향서 접근성 제고를 위해서는 △동사무소 ·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 훈련된 자원봉사자 활용 △국가 건강검진 시 등록 △인터넷 등록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5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일반인의 46%가 건강한 상태에서 사전의향서를 작성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의사의 경우 약 80% 이상이 사전의향서 작성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윤 교수는 "건강할 때와 중증질환을 진단받았을 때 사전의향서에 대한 의사를 물어보고 설명 · 등록을 도와줘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으로 임종한 사람 대상으로 의료비가 얼마나 절감됐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의사를 표시한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 현황을 파악하여 이들의 웰다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호스피스로 가면 2주 이내 50% · 한 달 이내 75%가 사망한다. 즉, 거의 임종 직전에 의뢰하기 때문에 충분한 호스피스 케어가 제공되지 못한다. 원래 호스피스는 6개월 정도의 여명이 남았을 때부터 돌봄을 제공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75%가 한 달 이내에 사망한다."며, "조기에 의뢰할 수 있도록 사망이 예상되는 1년 전부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게끔 전향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제시한 범부처 웰다잉 종합 계획에서 각 부처의 역할은 △보건복지부는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주도적 역할 수행 △행정안전부는 동사무소를 사전의향서 등록기관으로 활용 △여성가족부는 말기환자 가족 지원센터 운영 △고용노동부는 말기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수입 · 직업 유지 대책 수립 △교육부는 초 · 중 · 고 및 대학 교과과정에 죽음 준비 교육 포함 △문화체육관광부는 웰다잉 문화 캠페인 개최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한 시설 마련 등이다. 

범국민적 홍보 · 캠페인의 경우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탈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닌 삶의 완성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한국형 호스피스를 개발 · 보급해야 한다."며, "말기 환자 · 가족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간병 품앗이 혹은 공익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의 웰다잉에서 벗어나 호스피스, 후견약정, 유서, 장기기증, 유산 기부, 장례 · 장묘, 삶의 기록 남기기 등 광의의 웰다잉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제5조(의료인 등의 책무와 권리)를 추가하여 말기환자 · 임종과정의 환자 · 임종이 예상되는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 · 입원하는 경우 즉시 사전의향서 ·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를 확인하고, 작성하지 않은 경우 작성의 필요성을 설명하여 작성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호스피스 기금이 필요하다. 연명의료 결정으로 절감되는 비용을 해당 환자에게 사전적으로 돌려줄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호스피스 기금 설치 · 지원은 미국 · 대만 · 일본 · 영국에서 이미 하고 있다."며, "헌법에서는 모든 말기 · 임종환자가 인간의 존엄 · 가치를 느끼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정부를 설득하여 변화를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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