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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걱정부터…모순된 연명의료결정법에 화난 의사들

융통성 있게 해결하면 보호 못 받아, 법 취지 살려야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처벌 규정을 완화하는 식으로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21일 오전 9시 가톨릭대 성의교정 마리아홀에서 열린 2018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춘계 연수강좌에서 ▲한양의대 의료인문학교실 유상호 교수가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와 연명의료 관련 자문' ▲울산의대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가 '연명의료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윤리원칙과 윤리적 의사결정'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백수진 박사가 '연명의료 결정과 이행의 행정절차'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첫 번째 세션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의대 내과학교실 허대석 교수는 질의응답에서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가 2,761명인데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으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사람은 1,691명이다. 천 명 가까이 차이 나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백수진 박사는 "말기와 임종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임종과정의 환자는 597명으로, 중단 결정이 이행된 데 반해 2,164명의 말기 환자 중 아직 임종과정 판단을 받지 않은 경우가 존재한다. 즉, 말기 환자 중 약 1,100명 정도가 계획서 작성 후에 임종과정 판단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이행은 임종과정 판단이 돼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원회)가 없는 소규모의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고 지적하자 백 박사는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기관에서 절차가 가능하도록 규정해놨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허 교수는 "이 법은 모순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호스피스로 전원 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와야만 받아주겠다는 기관이 많다. 그런데 계획서를 쓰고 가도 호스피스는 이를 이행할 권리가 없다."라고 했다.

수원VIP요양병원 이은영 진료원장은 "발제에서 윤리위원회가 일반병원과 요양병원에 거의 설치돼있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는 임종기 환자 대부분은 대학병원에서 임종과정 판정을 받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오지 않는다."라면서, "요양병원에는 윤리위원회가 없고 이행할 권한이 없으며, 임종과정을 판단할 수 없는 의사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대부분은 요양병원에서 실제로 사망한다."라고 발언했다.

백 박사는 "당연하다는 말은 현장을 이해한다는 의미이며, 정부가 공용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요양병원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적법하고 윤리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윤리위원회 설치 규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작은 규모의 기관인 것은 사실이다. 그간 윤리위원회가 설치돼있지 않은 기관에서도 환자 정보에 대한 조회 권한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돼 법적 검토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줬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경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강정훈 교수는 "의료 현장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들이 현존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법적 테두리 안에 담아버리면 불법 · 합법으로 나뉘게 되며, 불법에는 처벌조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라면서, "의료진들이 왜 이렇게 불만을 가지냐면, 당시에 상식적으로 했던 것들이 이후 불법으로 규정돼 처벌되는 것 때문에 그렇다. 병원평가 등 여러 제도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안을 법적 테두리로 접근해 채찍만 휘두르니 오히려 저항감을 가지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가 · 복지부가 연명의료 결정을 시행하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처벌 조항을 약하게 한다든지 등으로 당근을 주는 방향으로 법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의료원 혈액종양내과 이덕주 과장은 "동기부여에는 긍정적 동기부여와 부정적 동기부여가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정적 동기부여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개선하려면 긍정적 동기부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언급된 것들이 대부분이 부정적 동기부여이다."라면서,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하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냐'는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온다. 또한, 타 기관에서 문의가 올 때도 '이렇게 하면 좋은 방법이 되겠다'는 의견은 거의 없고, '그쪽 병원은 이렇게 했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냐'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법으로 규제하는 것 대부분은 장려보다는 부정적인 제한을 둬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이행 결정 유형을 살펴보면 가족 전원 합의가 38.4%로 가장 많다. 이 법이 환자 결정에 대한 존중이나 가족과의 소통을 장려한다기보다는 가족을 불러서 전부 확인을 받았으니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을 바꾸게 한다."라면서, "법을 우리가 이해 못 해서가 아니라 여러 일을 융통성 있게 해결해도 보호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법의 취지를 좀 살려서 처벌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박중철 과장은 "국가와 법은 의료인을 충분히 신뢰 · 옹호한 적이 없으며, 늘 규범으로 판단하고 처벌해왔다. 좋은 취지로 법이 만들어졌고, 판단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는데, 의학적 판단 및 윤리적 혼란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옹호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국가는 수가 · 인센티브를 줄 테니 따라와달라는 회유책을 드러내서 얘기한 적 없다. 앞으로 정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또, 고윤석 교수가 규범을 강조하면서 의료윤리에 대한 원칙을 세워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렇게 하면 역으로 의료인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앞서 발제했던 고윤석 교수는 리더십의 문제라고 했다.

고 교수는 "법을 만들어놓으면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법으로 무엇을 해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연명의료를 중지할 때마다 병원 내 윤리위원회의 허락과 자문을 받을 것인지 묻고 싶다. 이견이 있을 때 공적 기전을 가져가야 한다. 리더십으로 잘 해결해나가다가 김 씨 할머니와 같은 법적 사례가 생기면, 그때 법의 판단을 받아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규범 문제와 관련하여 고 교수는 "서울에 있는 큰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하는 임종기 · 말기 판단과 시골 의료기관에서의 판단이 당연히 같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의료현장에 있는 의료인들이 당시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결정을 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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