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2025 대한한약학회 춘계학술대회(회장 류종훈)가 열렸다. 이날 학술대회는 대한한약사회가 공동 주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특히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정영훈 국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정 국장은 “AI 시대의 변화 속에서 건강기능식품과 한약 모두 천연물·바이오 자원으로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책 당국 또한 학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류종훈 대한한약학회장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원외탕전실의 역할과 구조에 대한 공론장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학술대회는 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라고 밝히며, “산업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보건의료 전반의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한의약진흥원 의료지원센터의 이지현 센터장은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사업’을 소개하며, “한약 조제의 품질 향상을 위한 인증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상태에서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원외탕전협회 김지호 기획이사는 “원외탕전은 의료기관 부속시설로서 제도상 독특한 위치에 있지만, 이로 인해 산업적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직능 간 상호 신뢰와 제도적 협력을 바탕으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S한약을 개발한 경희대 양웅모 교수는 약재별 최적화된 성분 추출 공정과 제형 고도화 내용을 다뤘다. 양 교수는 의료기관에서의 원료의약품 사전 가공 및 제형화가 ‘약사법상 조제 행위이지만 제조 공정을 따르면서도 제조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딜레마적 상황임을 부각시켰다.
김성용 대한한약학회 부회장은 ‘원외탕전실 제도의 현황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의료법과 약사법의 구조·제도적 충돌을 꼬집었으며, 제조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원외탕전실의 대량 제조 한약이 한방제약산업의 쇠퇴를 가속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대안으로는 △조제와 제조의 법적 구분 △원외탕전실의 제조시설 등록과 GMP 기준 적용 △한약사의 조제 권한 명문화 △조제 이력 실명제 △정부 통계 기준 재정비 등을 제시했다.
올해 제도 개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주제도 주요 세션으로 다뤄졌다. 발표자들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이 모두 천연물 기반의 기능성과 개인 맞춤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정확한 처방을 위한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 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며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현재로선 다양한 규모의 사업자들이 공존하는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약과 의학의 만남을 주제로 한 섹션에서는 한약의 기전을 네트워크 약리학으로 분석하고 전립선암 모델에서 검증한 연구, 보중익기탕과 클로피도그렐의 병용에 대한 약동학 임상시험, 그리고 효소·수송체·장내미생물을 통한 Herb–Drug Interaction 메커니즘을 다룬 연구가 소개되며, 전통의학과 근거기반의 융합 가능성이 모색됐다.
이들 연구는 전통의학을 근거 중심 의학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시도이지만 제제 표준화의 한계로 관련 연구의 확장성과 재현성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보건복지부와 학계,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학문적 통찰과 제도적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한 이번 행사가 향후 한의약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한의약계와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