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 1대 가동에 연간 1억 원의 적자가 난다. 어린 생명을 위협하는 불합리한 수가 구조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발족된 전국대학 어린이·청소년 병원 협의회 김덕희 회장(연세세브란스어린이병원 원장)은 본 뉴스와의 만남에서 협의회 설립의 의미와 앞으로의 업무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어린이 병원의 저수가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덕희 회장은 우선 “어린이병원이 한 해 평균 수백억에 달하는 적자로 병원 경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마저 융통하기 어려운 고사위기에 처해있다”며 “이와 같은 현상이 결국 어린이의 건강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미숙아로 태어났을 경우 반드시 필요한 인큐베이터는 1대를 사용해도 연간 1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오는 것은 어린이 병원에서는 더 이상 놀라울 일이 아니라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어린이 병원의 경우 연간 누적적자가 100억 원에 달하고 있고 지난해와 올 해 초 각각 개원한 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 서울아산병원의 적자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연세세브란스어린이병원은 지난해 개원 후 첫 흑자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흑자전환은 결국 진료비에서 얻은 수익이 아닌 필요 인력 최소화와 기타 다른 부대비용의 축소에 따른 것이기에 진정한 의미의 흑자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회장은 우선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협의회의 업무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이다. 첫 번째는 정부와 의료계 및 환아 보호자 측과의 포럼을 통한 의견수렴, 일본과의 의료시스템 비교를 통한 적정수가 모색이 그것이다.
김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병원의 진료수가는 일본의 50% 선에 그치고 있고 질병 경중도에 따른 차등수가도 도입돼 있지 않아 업무상의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수개월 전 현행 신생아 중환자실 급여가 재태기간 33주 이하 혹은 출생체중 1750g이하의 저출생 체중아가 2000g이 될 때까지로 인정되는 것으로 개선되긴 했지만 이는 어린이 병원의 만성적자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수가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그는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병원의 레벨화 추진을 요구할 계획이다. 즉, 기본진료를 담당하는 1차 의료기관은 레벨 3, 중등 질환을 돌보는 2차 의료기관은 레벨 2, 미숙아 집중치료 및 소아난치성 질환, 그리고 유전질환 치료 등의 고난이도 질환을 다루는 3차의료기관은 레벨 1로 등급을 나눠 수가를 달리하자는 것.
김 회장은 “전체적인 수가 인상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질병을 다루는 경중도가 다른 의료기관 간의 차등 수가 지급”이라며 이에 대한 당위성은 내달 혹은 7월초 어린이병원 관계자, 정부 보건복지위 측 관계자들을 모은 후 자세하게 논의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