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려면 그 어떤 직종보다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와 삼수는 물론이고 졸업 후 수련 과정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이에 김신곤(전남의대 교수) 대한외과학회 前 회장은 수련기간을 단축하고 수련제도의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개방병원제도를 활성화하고 내부경쟁을 줄이기 위해 전문병원 개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신곤 교수는 “의대에 입학하고, 의학전문대학원제도로 2년이 연장돼 의사가 되기 위한 수학기간이 너무 길다. 졸업 후 수련 과정도 일률적으로 너무나 긴데다 최근에는 2년간 전임의 기간이 거의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남자의 경우 군대 3년이 더 부가되기도 하는 현실이다. 즉, 이처럼 수련기간이 길다보니 ‘공부피로증’에 빠져 공부하는 과를 기피하고, 인건비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외과의사는 수련기간으로 인해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젠 병원시스템의 전산화, 의무기록이나 영상 조회, 병리검사 결과의 디지털화 등으로 잡무를 하던 인턴은 없어졌다. 따라서 이젠 과에 따라 수련기간 단축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앞으로는 노동법에 근거한 전공의 후생복지가 현실화되고 결코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김신곤 교수는 수련제도의 이원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는 물론 최근에 독립과로 인정된 대장항문외과나 혈관외과는 2~3년간의 외과 수련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수련 제도가 이원화되어 있다. 이제 우리도 전공의에게 전술한 9개 분야 이상의 과도한 세부분과 수련을 전부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수련 후반기에 세부전문 분야별로 나누어 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김신곤 교수는 외과전공의들의 과도한 짐을 덜어주고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것이다.
즉, 전임의에게는 고도의 전문 분야 수련을 맡도록 하고 일반 전공의들은 수련의 눈높이를 대폭 낮추어 개원의의 수준에 맞는 실용적인 질환과 술기에 통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초대형 대학병원 사이의 경쟁으로 보통의 대학병원도 경영난에 봉착하는 현실이다. 이 와중에도 전문병원은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다”면서 “전문병원은 대형병원의 복잡성과 기다림을 피할 수 있고, 기민하게 친절하게 대하는 개인병원의 장점이 있다. 외과 수련 과정에서도 이런 공동개원 쪽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전공의의 장래 선택에 큰 도움이 되고, 또한 세부전문화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장항문외과의 독립화와 관련해 김신곤 교수는 “병원 사정에 따라 각각 분과하거나 유사 분과끼리 겸업하는 통합분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분과가 반드시 학회와 일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