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 98%가 업무 외 업무를 대체할 보조인력의 고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이원용)는 전국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010년 4월9일부터 5월 2일까지 이어진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942명의 전공의가 참여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보조인력 활용에 관한 부분이다.
전공의의 의료 외 업무를 대신 할 보조인력 고용에 대해 응답자의 98.0%가 ‘필요’또는 ‘매우필요’로 응답했고, 단순 창상 드레싱ㆍ단순술부 봉합 보조인력 고용에 대해서도 84.9%가 ‘필요’또는 ‘매우필요’로 응답했다.
대체인력 없는 한 인턴폐지 반대…휴일은 여전히 남의 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원용 회장은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태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며 “여전히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에 시달리고 휴가도 마음껏 쓰지 못하며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전공의들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들의 의사로서 본연의 업무와 수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의료 외 업무나 단순 보조 업무 등을 전담할 보조인력의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턴제도 폐지에 대해 전공의의 65.4%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전공의들이 이처럼 인턴제도 폐지에 절반이상이 반대한 이유는 인력충원 문제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원용 회장은 “현재의 인턴 업무를 대신할 인력충원이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인턴제도 폐지는 전공의 업무 증가로 인한 의료의 질 감퇴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며 인턴제도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전공의들은 예나 지금이나 휴일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서 일주일에 몇 시간 근무하느냐는 가벼운 질문에도 전공의들의 무거운 일과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응답자의 42.2%가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으며 주 80~100시간 근무자도 26.2%나 됐다.
휴일에 출근하느냐는 질문에는 67%가 상시적으로 출근했으며 단 2.0%만이 출근하지 않는다고 대답해 충격을 주었다. 본인의 업무량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74.4%가 ‘과다’ 또는 ‘매우 과다’로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휴가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실정. 대전협과 병협이 합의한 연 14일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전공의가 64.1%나 되며, 그 중 40.4%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서로 휴가 안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가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대전협은 “서로 눈치만 보느라 휴가를 못 가는 이유는 병원차원에서 명확한 규정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휴식도 없이 이어지는 과도한 업무는 환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이라 경고했다.
폭력에 시달리고 병원-경찰 도움도 못받아!
전공의들의 폭력에 대한 노출도 위험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수련 중 Staff나 윗년차 전공의로부터 육체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무려 11.8%나 그렇다고 대답했고, 환자나 보호자로부터의 폭력도 26.5%나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놀라운 것은 폭력 상황에 처했을 때 병원이나 경찰 등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46.2%에 달한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이 같은 결과들을 봤을 때 의료기관내 폭력사태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법안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설문조사 응답자의 96.3%가 대전협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전협이 추진 중인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연속당직을 금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6.8%가 지지했다”며 “앞으로도 법안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전공의의 고용주인 병원장들의 단체 병원협회에서 수련감독 업무까지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 등과 같은 별도의 독립적인 수련감독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81.2%로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대전협은 제3의 수련 기관에 대한 주장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어, 전공의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이원용 회장은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련제도 개선에 관해 전국의 전공의들과 함께 토론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