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괄수가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유럽·미국·호주의 DRG 운영경험을 비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이날 ‘한국의 DRG 지불제도 운영경험과 미래’ 세션에서 정부와 병원계, 보험자 측면의 입장발표가 있어 관심을 모았다.
정부는 DRG제도 확대를 위해 수가와 환자분류체계 개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보험자 측에서는 전반적인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지불제도의 성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거시 수준의 지출 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제공자측에서는 종합 및 상급종합병원에 있어 수가수준과 비용구조가 불일치하고, 의료행위 범위에 제한성을 가져올 수 있으며 신의료기술 도입 기전이 미비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측 입장을 밝힌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정부측 입장을 밝힌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한국 DRG 지불제도 10년의 경험과 현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포괄수가 지불제도 확대실시를 위한 단기·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단기과제(2012-2013)로 7개 질병군에 대한 당연적용의 단계적 실시와 인센티브 시범사업(2012년 7월부터), 상대가치점수와 조정률 산정(2012년 내 완료)을 제시했으며, 중장기과제(2012-2016)로는 ▲환자분류체계 개정 ▲원가산출체계 수립 ▲병원비용 중 의사비용 분리 ▲전문가 그룹을 통한 진료지침 개발을 위한 기금조성 ▲7개 질병군과 한국형 환자구성 지불 모형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DRG 제도 확대의 당면과제로 ▲정부 정책에 대한 공급자 불신 ▲DRG 지불제도가 공급자들의 소득을 낮추고 치료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 ▲대형병원에 중증질환자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가와 환자분류체계(7개 질병군)를 갱신하고 있으며, 수가 및 환자분류체계(PCS) 개정 매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과장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7개 질병군의 지불제도별 지출규모 증가율은 행위별 수가제가 3.3% 증가, 포괄수가제는 2.7%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점으로는 강제적 DRG 지불제도를 여러 번 도입하고자 했으나, 공급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자발적 참여로 시행됨으로써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연지정 DRG 도입에 실패함으로써 고비용 진료가 많은 대형병원은 여전히 행위별수가제로 보상받고, DRG 보상 수준이 행위별수가제의 보상수준 보다 높은 의원급만이 제도에 참여하게 돼 DRG 지불제도가 목적에 부합하게 실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DRG 제도의 확대로 인한 효과로는 ‘환자’는 적정부담으로 더 높은 보장을 받을 수 있고, ‘공급자’는 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갖게 되며, ‘정부 및 보험자’는 의료비에 대한 예측을 통해 재정의 효율적인 지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OECD의 권고문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의 DRG제도 불참이 질과 효율성 향상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전체 의료기관에 대한 당연적용을 언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제공자 입장에서 발표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의료제공자 입장에서 발표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현행 질병군 포괄수가 수준이 미흡해 수가재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비용변이가 큰 환자에 대한 별도보상체계가 마련이 되어야하고 포괄수가의 조정과 환자분류체계의 개정은 주기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7개 질병군 당연적용제의 결과를 평가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자율참여형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의 현황에 대해서도 밝혔는데, 상급종합병원의 종별 참여기관수 점유율은 ’03년 4.8%에서 ’11년 0%로, 종합병원은 동기간동안 46.5%에서 24.5%로, 병원은 동기간동안 47.9%에서 39.9%로, 의원은 동기간동안 62.5%에서 81.5%로 변했고 이중 병원급 의료기관 참여기관수는 ’03년과 ’11년을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종별 참여율은 저조하며, 의원은 진료과별 참여율에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이비인후과 21.3% VS 안과 100%)
종합 및 상급종합병원의 질병군 포괄수가제도 참여율이 저조한 원인에 대해서는 ▲각 진료과별 진료특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 ▲투입자원에 대한 보상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제시했는데 종합 및 상급종합병원은 의원 및 병원급에 비해 환자구성에 있어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높음에 따라 진료의 특성이 중증질환이나 고비용 구조위주일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진료행위에 있어서도 획일적 치료를 지양하고 진료 자율권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질병군 포괄수가제도는 종합 및 상급종합병원에 있어 수가수준과 비용구조가 불일치하고, 의료행위 범위에 제한성을 가져올 수 있으며 신의료기술 도입 기전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의료기관 당연적용을 위한 선결과제로 ▲수가재산정(원가보상, 비급여·비보험 행위 현실 반영-원가분석 통한 적정 포괄수가 수준 재산출 필요) ▲수가조정기전 및 별도 보상체계(매년 수가조정기전- 의료물가·임금인상 등 반영, 별도 보상체계-저빈도 고비용 발생건, 상하단 열외군, 신의료기술)을 제시했다.
또 환자분류체계 개정 및 개선도 필요하다 밝혔는데 현행 환자분류체계는 개정 필요성이 인식되어 전면 재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나 7개 질병군에 대해서는 도입시기가 정해져 소폭개정으로 진행됨에 따라 여전히 의료계와 공감대 형성이 어려움이 있다며 자원소모량·합병증·동반상병·중증도를 고려해 환자분류체계를 재개정하되 처음 3년 동안은 매년 보완하고, 이후에는 3년 마다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험자측 대표한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보험자 측을 대표한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DRG에 기반한 선지불제도의 시범사업이 진료비용과 재원일수가 감소하고, 일부 대체효과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효과(항생제 사용, 검사 횟수)는 긍정적이었으며, 합병증·재수술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효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약 70%의 제공자가 참여하였으나 대형 의료기관의 참여율은 매우 낮아 결과적으로 DRG 지불제도는 의료공급자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불 제도 개혁의 목표는 자원 배분의 왜곡 감소, 비용 억제, 재정 보호 기능(보장성) 향상, 투명성 증가, 관리 비용 절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는 순수한 DRG 포괄수가제도가 아니고 일당정책, 행위별 수가(FFS), DRG 지불제도가 혼합된 형태로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기준가격보다 비싼 서비스는 FFS에 의해 지불되고 평균보다 더 긴 재원일수는 일당 정액(의 80%)에 의해 지불돼 재원일수를 줄일 유인이 부족하고 기준치인 10만원과 80%에 대한 이론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또 비용 억제 효과부분에 있어서 혼합형 지불제도는 원래의 DRG 지불제도 보다 낮은 효과를 나타내 FFS에 의해 보상되는 의료서비스를 늘리고 재원일수를 늘릴수록 경제적 보상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FFS에 의해 지불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전체 비용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투명성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고, 진료비 지불제도의 관리 비용 역시 감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 산출의 기존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미시적 자료를 이용해 원가를 계산하는 상향식 접근법이었지만 신뢰성 있는 자료를 구하기 어렵고, 설사 구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비용이 공급자들의 최적 의료행위에 근거한 비용이라는 보장이 없어 상향식과 하향식 비용계산 방법을 다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즉 DRG 지불제도와 비교할 때 혼합지불제도는 의료비용 절감에 덜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불제도 개혁에 대한 공급자의 강한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는 성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효과적인 자료체계의 구축이 중요하며, 건강보험제도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거시 수준의 지출 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하고, 의료 서비스 전달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급 통제나 의료 기술 도입 통제와 같은 정책 도구(지불 시스템 외에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행위별 수가 제도에 대해서는 ▲의료제공량의 증가(방문횟수, 재원일수 증가)와 강도의 증가(방문당 또는 일당 진료와 검사 증가)에 의한 비용 증가 ▲불완전한 가격 책정(서비스간 수가와 원가의 차이가 다름)으로 수익성이 더 좋은 서비스가 많이 제공 ▲비급여 서비스 증가로 환자 비용부담 증가 및 보장성 후퇴 ▲적정한 수가 수준에 대한 합의가 매우 어렵고 이를 판단할 자료와 근거가 부족해 소모적인 논란 지속 등이 문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