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대표적 원로 모임인 팔진회(八進會)가 48년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팔진회는 1975년 당시 국내 주요 제약기업의 오너 경영인 8인이 제약산업계의 발전을 도우면서 ‘여덟 사람이 함께 나아가자’는 뜻을 담아 만든 친목모임이다.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과 보령 김승호 회장, 이종호 JW중외제약 명예회장,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유영식 옛 동신제약 회장, 지금은 고인이 된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어준선 안국약품 회장·허억 삼아제약 회장이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팔진회가 출범한 1975년은 석유파동으로 인한 성장둔화와 고물가, 국제수지 악화 등 3중고에도 불구하고 제약산업의 도전과 성장이 돋보였던 시기였다.
제약산업은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연평균 34.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이같은 고도 성장은 동아제약을 비롯한 당시 주요 제약기업들의 건실한 경영과 제품 개발 경쟁의 산물이었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팔진회 참여 제약기업 1세대 오너들의 지휘아래 공격적인 연구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산업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팔진회는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마지막 모임을 갖고, 48년간 지속해온 활동을 마무리했다. 김승호·윤원영 회장과 이종호 명예회장은 이날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과 오찬을 갖고 팔진회 활동 마감의 뜻을 밝히면서 남아있는 회비를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써달라며 협회에 기부했다.
팔진회는 그간 48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강신호·김성호·이종호 회장이 한국제약협회장을 잇달아 맡는 등 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했고, 이후에도 약업계 원로로서 보건의약계 자문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다. 그러나 결성 당시 30대, 40대였던 회원들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고령화되면서 회원들이 별세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결국 모임을 마무리하게 됐다.
팔진회의 마지막 간사사가 된 보령의 김승호 회장은 참석자들을 대표해 “팔진회가 약업계를 위해 달려온 시간이 어느새 48년이 됐다”면서 “이제 모임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 돼 마무리하면서 남아있는 회비는 협회에서 좋은 곳에 써달라”고 말했다.
원희목 회장은 이에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이자 산 증인이라 할 팔진회의 발자취와 산업에 대한 애정은 약업계 후배들에게 큰 울림과 자극이었다”면서 “팔진회 대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