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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섭식장애, 약물 단독보다 심리치료 중심 병합치료 필요

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서 섭식장애 약물치료 연구결과 발표


섭식장애 치료에 있어 약물은 보조적 역할일 뿐, 심리치료 중심의 병합치료가 권장된다는 견해가 나왔다. 부작용 위험도 존재하는 데다가, 효과는 부분적이고 근거수준이 낮다는 분석에서다.

지난 3월 13~14일 양일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수 교수가 섭식장애 환자에서의 약물치료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에서는 약물치료만을 먼저 사용하는 방식은 권고되지 않는다. 임상적 판단에 따라 다양한 정신·심리적 접근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저용량 올란자핀 병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권고는 선택적 사용 수준이며, 근거의 명확성도 높지 않아 근거 수준은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올란자핀은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는 항정신병 약물이다. 불안이나 음식에 대한 왜곡된 강박적 사고를 줄여 식욕을 개선하고 체중 회복을 돕는 목적으로는 사용될 수 있지만, 체중 증가 자체를 목적으로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권고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음식과 체중에 대한 왜곡된 사고로 섭식이 심하게 제한되거나 과잉 활동이 나타나는 경우 저용량 올란자핀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치료 기간 역시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전체 치료의 일부로 적용하도록 권고된다. 근거 기반 의사결정 틀에서는 성인과 청소년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식욕촉진제 등을 평가했으며, 식욕촉진제로는 사이프로헵타딘(트레스탄) 등이 포함됐다.

이들 약물은 정신·심리치료 병행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약물, 정신·심리치료, 위약 또는 일반 치료와 비교해 BMI 변화, 우울증 개선, 완전 관해 여부 등을 주요 지표로 분석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일부에서 제한적인 긍정적 효과가 보고됐을 뿐, 완전 관해와 같은 핵심 임상 결과에서는 유의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 BMI 증가나 우울증 개선이 관찰되기는 했지만 결과의 일관성과 확실성이 낮아 전반적인 근거 수준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부작용 측면에서는 항정신병 약물이 위약보다 이상반응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됐다. 관찰 연구에서는 고프로락틴혈증 등 항정신병 약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 확인됐으며, 대사 이상이나 프로락틴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부정적 효과의 크기는 중간 정도로 평가됐다.

이 교수는 환자와 전문가의 치료 선호도에 대한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성인 환자와 보호자들은 정신·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에서는 병용 치료 선호도가 더 높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병합 치료가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두 번째로 제시된 신경성 폭식증 환자에서도 기본적인 치료 원칙은 유사했다. 이 교수는 “정신·심리치료 단독으로 효과가 없거나 시행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플루옥세틴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루옥세틴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 성인 환자의 경우 보통 약 4주간 투여한 뒤 반응을 평가하도록 권고된다. 또한 20mg보다 40~60mg과 같은 고용량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경성 폭식증 치료에 승인된 유일한 약물이라고 이 교수는 소개했다. 

다만 연구 결과를 보면 약물치료의 효과 역시 제한적이었다. 이 교수는 “플루옥세틴은 우울증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폭식빈도 감소나 완전관해에서는 위약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식욕 억제제인 토피라메이트 역시 일부 연구에서 효과가 보고됐지만 근거 수준은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약물치료는 일부 우울 증상 개선이나 폭식 빈도 감소에서 제한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섭식장애의 핵심 병리 지표에서는 일관된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다. 심리치료보다 우월성이 입증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권고 수준도 높지 않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폭식장애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폭식장애 치료에 승인된 약물이 없으며, 미국에서는 중추신경계 자극제인 리스덱스암페타민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안으로 식욕 억제 효과가 있는 토피라메이트를 고려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약물 단독 치료보다는 정신·심리치료와 병행하는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약물이 폭식 빈도나 섭식장애 관련 척도 점수 등 핵심 병리 지표에서 일관된 개선 효과를 보이지 않았으며, 일부 약물에서 제한적인 이득만 관찰됐다. 부작용 측면에서는 약물군의 중도 탈락률이 크게 높지는 않았지만 토피라메이트의 경우 위약보다 약간 높은 탈락률(15% vs 8%)이 보고되기도 했다.

환자와 보호자 설문에서는 폭식장애 환자 역시 비교적 간편한 약물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 반면, 전문의들은 병합 치료를 더 권유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교수는 “환자들은 치료의 편의성이나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해 약물 단독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치료의 지속성과 근거를 고려해 병합 치료를 더 적절한 1차 치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심리치료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약물치료의 이득과 위험에 대해 함께 논의한 뒤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위임을 받고 환자중심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신경성 식욕부진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의 약물치료에 대해 연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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