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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립중앙의료원,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발전 좀 시키세요

Q. 외국의 지원을 받아 설립하고, 민간의 기부를 받아 간신히 병원 현대화를 추진하는 병원은 어디일까요?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나올 병원은 과연 어디일까?

이에 대해 본 기자는 현재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이라고 말하고 싶으며, 정부를 향해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기에 발전은커녕 퇴보시키지 못해 안달인지에 대해 묻고 싶다.

먼저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1월 4일 기재부로부터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으로 대폭 감소한 규모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 총사업비를 조정됐음을 통보받았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요구했던 병상이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총 1050병상 규모의 신축·이전을 요구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보건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요구사항과 경험에 의한 예측을 무시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죽거나 고통을 받았으며, 기존의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취약계층들이 병상 확보를 이유로 치료 도중에 내쫓겼던 상황이 일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중앙감염병병원은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의 요구보다 확충됐어야만 하는 사안이다.

물론,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변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지난 1월 12일 국립중앙의료원 병상이 축소됐다는 여러 언론보도가 나가자 다급히 원래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건립을 전제 하에 검토된 것이라면서 중구 방산동으로 변경됨에 따라 사업 규모에 대해 재검토가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병상 수 축소 이유로는 진료권 내 병상 초과공급 현황,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이용률,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원의 적정 병상 수로 526병상을 산출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이용률과 진료권 내 병상 초과공급 현황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다.

병상이용률이 낮다? 낮을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기존에 있던 환자들을 내보낸 상태에서 코로나19의 기세가 꺽이자 코로나19 환자들이 줄어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병상을 차지하는 코로나19 환자 등의 수도 적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병상가동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진료권 내 병상 초과공급 현황 등을 이유로 하고 있는데,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병원으로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기에는 버거워하는 취약계층 등이 민간병원보다 많이 이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립중앙의료원의 비중이 큰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밝힌 답변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1958년 국립중앙의료원이 개원한 이후 리모델링 외에는 신축·확충과 현대화 등 투자를 하지 않아 시설과 장비는 낡고 부족해 환자들은 더 좋은 진료를 받고자, 의료진은 더 좋은 시설·장비로 환자를 진료하고자 타 민간병원으로 향하도록 정부가 만들어놓고 민간병원이 그것을 발판으로 지금까지 투자·성장해 온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이제 와서 병상가동률이나 병상 현황을 따지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국립중앙의료원에는 공공의료 관련 부서(공공보건의료연구소,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등)를 비롯해 중앙센터(중앙치매센터, 중앙모자의료센터, 중앙난임·우울증 상담센터 등) 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526병상만으로 미래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외에도 국립중앙의료원의 핵심 가치의 경우,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의료 부문 총괄하는 ‘국가중앙병원’ ▲공공보건의료에 필요한 의료인 양성 ▲공공보건의료 체계의 중추 ▲전국의 공공병원에 기준을 제시하는 ‘국가 표준 공공병원’ 등을 추구하고 있는데, 당초 기대·요구보다 부족한 병상 등으로 다양한 기준·제도 제안 및 의료인 양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끝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은 말 그대로 국립병원으로, 국가에서 책임지고 발전시켜 국민 보건의료 향상에 힘써야 하는 기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에서 도움을 줘야 국립중앙의료원을 건립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 삼성그룹 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감염병 대응을 위해 기부금을 기부하는 반면, 정작 정부는 건립 예산을 줄이지 못해 안달이지 못하는 정부가 아닌,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을 20여년 동안 질질 끌며 하기 싫어하는 티를 내는 정부가 아닌,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국민 보건의료 향상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공공의료에 투자하는 정부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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