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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브리병 ‘조기 진단’,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Ⅱ)

부에노스아이레스 신경화학연구소 산하 신경대사질환연구재단 환 마누엘 폴리테이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



파브리병은 치료에 있어서 진단의 중요성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유전’의 영향이 있는 만큼 가족 단위의 검사도 중요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길. 

뿐만 아니라 ‘효소대체요법’이 기본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으며 예후 개선과 추적 검사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급여 기준’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메디포뉴스가 파브리병 석학인 환 마누엘 폴리테이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를 만났다. 

Q. 현재 효소대체요법의 한국 보험 급여 기준은 특징적인 장기 손상이 있는 환자로 제한돼 있는데요, 그렇다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요? 두 분께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급여 시스템은 무엇인가요?

[홍그루 교수] 국내 파브리병 치료제 급여기준은 심장 좌심실 벽 두께가 12mm 초과로 정해져 있다. 즉 11.9mm의 환자인 경우 병이 더 진행돼야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인의 좌심실 두께는 10mm를 넘지 않는다. 11.9mm의 수치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미 환자의 심장이 비대하다는 것이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데 두께가 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파브리병의 급여 기준 등 치료 범위를 넓히기 위해 의료진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환자 단체에서도 급여 기준 개선을 위한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폴리테이 교수] 아르헨티나는 한국의 보험 급여 시스템과 다르게 보편적 의료 보장이 되지 않아 의료보험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로 나눠서 봐야 한다. 의료보험, 즉 사보험이 있는 환자는 일종의 특별 급여 제도가 있어 보험사에 신청을 해 보험금 적용을 받게 된다. 보험이 없는 환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특별 시스템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는다. 

아르헨티나 의료보험 시스템 내에서도 파브리병 보험 급여 기준이 계속 바뀌고 있다. 15년 ~ 20년 전만 하더라도 환자에게 심장 혹은 뇌에 중증손상이 있어야만 보험 급여가 가능했는데, 조기 치료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낸 결과, 작년부터 경미한 증상에 대해서도 급여 적용이 가능해졌다. 현재 환자에게 경미한 증상이 있다는 것만 확인이 돼도 조기 치료를 위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Q. 파브리병 급여 적용 기준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그루 교수] 파브리병은 X 염색 유전 질환이다. 남녀의 염색체 수가 달라 파브리병 진행과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 등이 다르다. 남성 환자는 한 개의 X 염색체를 보유하고 있어 효소의 활성도가 매우 낮아 증상이 조기 발생하고 더 심한 반면, 여성은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무증상부터 심한 증상까지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인다. 

효소대체요법 급여 기준 중 신장 항목에서 남성과 여성 환자의 차이를 보인다. 남성 환자는 단백뇨가 24시간에 150mg을 초과하면 급여 적용이 되지만, 여성 환자는 300mg을 넘어야 한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질환 심각성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Q. 파브리병 치료에 효소대체요법 외 경구용 치료제도 사용되고 있다. 두 치료 요법의 차이점과 국내외 치료 전략에 대해 설명해 달라.  

[폴리테이 교수] 파브리병 경구용 치료제는 2018년 FDA 승인을 받았다. 경구용 치료제라는 편의성을 갖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모든 파브리병 환자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구용 치료제는 순응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알파-갈락토시다제 A의 활성을 복원시키는 기전을 가진 샤페론 치료법으로 즉 특정 과오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만 쓸 수 있다. 

또한 사용이 금기인 환자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신기능이 매우 나쁜 경우, 사구체 여과율이 매우 낮은 경우 등은 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 연령에 있어서도 제한이 있으며, 효소대체요법과 같이 오래된 치료제가 아니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반면 효소대체요법은 모든 환자에서 연령에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2년 전 미국 FDA에서는 파브라자임에 대해 2세부터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 기준을 바꾼 바 있다. 또한, 신기능에 있어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혈액 투석 환자에게도 사용 가능하다. 

[홍그루 교수] 당뇨병 치료제를 예로 들면, 이 질환에도 파브리병과 같이 주사제와 경구용 치료제가 존재한다. 우리 몸속에 남아 있는 인슐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당뇨병 경구용 치료제다. 파브리병 경구용 치료제도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치료제는 파브리병 환자의 20~30%에 해당되는 순응 변이 보유 환자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효소대체요법 치료 1년 이후 기준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타 국가 치료 전략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Q. 앞으로 개발될 파브리병 신약들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요?
 
[폴리테이 교수] 앞으로의 파브리병 치료제 연구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다. 약 3, 4년 전만 해도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부작용이 심해 현재 관련 모든 연구가 중단된 상태다. 유전자 치료제는 효소를 생성할 수 있는 정상 유전자를 환자 세포에 주입시켜 환자의 몸에서 자체적으로 효소가 합성될 수 있도록 하는 기전으로, 성공 시 완치를 기대할 정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아직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있다.

두 번째는 기질감소치료법이다. 파브리병의 경우 기본적으로 효소가 부족해 몸 안에서 당지질이 쌓이는 질환이다. 기질감소치료법은 효소 자체를 보충하는 효소대체요법과 달리 효소가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줄여주는 치료 방법이다. 벤글루스타트(Venglustat)라는 치료제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홍그루 교수]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효소대체요법은 2주에 한 번씩 병원 방문 후 투여를 받아야 해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몸 속에 오랜 기간 남아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 한달에 한번 또는 두 달의 한번 등 주사 투여 간격을 늘려 환자의 삶의 질과 편의성을 높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Q. 국내외 파브리병 진단 및 치료에 있어 그간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미충족 수요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파브리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점들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폴리테이 교수] 조기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한 가족 내에서 첫 번째 환자가 발견되면 그 환자를 지표 환자라고 부른다. 지표 환자가 나타나면 이 환자에 대한 가계도 전체를 보면서 가족 구성원 중 파브리병 환자를 찾아내야 한다. 이를 ‘가계도를 흔든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무를 흔들면 열매가 떨어지는 것처럼 한 지표 환자가 나타나면 그 가족을 다 흔들어 관련된 환자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검사받을 수 있도록 설득이 필요하고 조기 진단될 때 더 좋은 결과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두 번째는 재택 치료의 도입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재택 치료 서비스를 도입해 파브리병 환자가 효소대체요법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14일에 한 번 간호사가 환자의 집에 방문해 주사 치료를 한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환자를 트레이닝시켜 의료진 없이 자가 주사를 놓게 한다. 이와 같이 재택 혹은 자가 주사 치료가 활성화되면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더 올라갈 것이다. 

세 번째는 치료 목표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치료 시 예상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 다면 빠르게 치료법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의료진들이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을 더더욱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만큼 질환을 찾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홍그루 교수] 조기 진단과 치료는 다시 한번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것 같다. 교육 등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의 질환 인식을 증대 및 개선시켜 조기 진단을 받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자가 주사의 경우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폴란드, 호주와 같이 큰 나라들은 병원 접근성에 어려움이 있어 가능하겠으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근처 병원까지 약 30분이면 갈 수 있다. 또한 환자들이 입원해서 의료진을 통해 치료받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국내 파브리병 치료에 있어 시급한 문제는 보험 급여 기준의 유연성 확보다. 보험 급여가 유연하게 적용돼 환자들이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와 달리 치료의 효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뇨병, 고혈압 환자는 치료 전과 후의 피 검사, 혈압 검사로 바로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결과에 따라 치료 전략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파브리병은 모든 사람이 같은 용량의 치료를 받았을 때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신장 기능은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뇌의 기능은 MRI로 판독이 가능하지만, 심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치료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바이오마커 등이 발견되면 파브리병 환자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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