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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희귀·장애 가족력有 비장애인 저출산 대책, ‘유전상담서비스’ 지원해야

한국희귀질환재단, ‘초저출산 위기극복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청년세대들이 갖고 있는 결혼 및 출산, 양육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가족 중 희귀질환이나 발달장애 등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부정확한 정보로 되물림을 막겠다며 단산을 하거나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가정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들의 막연한 불안과 심리적 고통을 해소해 정상 출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는 임상유전의학 전문의와 유전상담사가 함께 제공하는 전문적인 유전상담서비스를 의료행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은 지난 20일 ‘초저출산 위기극복을 위한 유전상담서비스 제도화 필요성’이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고 11월 25일 밝혔다.

이날 '저출산 현황과 청년의 심리적 정서적 요인'이라는 주제발표에 나선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저출산 대책은 경제적 지원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청년세대들의 인식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림 연구원은 “결혼 및 출산 기피에 따른 저출산 문제는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심리적인 요인도 기인한다”며 “저출산을 만드는 요소는 비용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요소 등 굉장히 많은데 이를 방치하고 예산으로만 뚫으려고 하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부터 내 몸이 상하지 않을까, 혹시 기형이나 장애가 생기지는 않을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잘 키우고 교육시킬 수 있을까 등의 불안함, 위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저출산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해결해주길 바라는지 등 청년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의 구조 자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산정책총괄과 박소연 과장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가 심각한 저출산 상황임을 강조했다.

박소연 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체출산율은 0.72다. 대체출산율은 지금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로 2.1은 돼야 하지만 현재 1/3에 불과하다. 

결혼이 줄고 늦어지며 결혼을 하더라도 덜 낳고, 늦게 낳고, 낳지 않는 부부가 증가하면서 25~34세 및 중산층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박소연 과장은 “혼인 건수 자체가 엄청 줄었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라면서 생활이 안정되고 집이 생긴 뒤 결혼과 출산을 하기 때문에 그 연령이 계속 늦어지고 있고, 늦게 낳다 보면 아이 하나만 낳게 돼 출산율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전년 동월 대비해서 결혼 건수가 증가하고 출산 건수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6월 발표했던 일가정 양립, 양육부담 완화, 주거지원 등의 3대 분야 15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희귀질환이나 발달장애 등 유전성 질환으로 장애를 갖고 평생 살아가야 하는 환자와 부모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듀센 근이영양증이라는 근육병을 앓고 있는 김민서 군 보호자 엄유진 씨는 “생후 백일이 지났을 무렵 근육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런 가운데 아들의 동생을 임신했는데 임신한 아이가 아들인 경우 50% 발병확률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태아성별 검사결과 아들이라는 소식을 듣고 두명의 근육병 아들을 키우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에 수술을 결정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엄유진씨는 “그러나 2013년 한국희귀질환재단에서 유전상담서비스를 받은 결과 아들 혼자만의 돌연변이이며, 기타 가족과 뱃속의 태아도 유전의 영향을 받지 않은 건강한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지금은 유전의 대물림이라는 무서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당시 유전상담 서비스가 있었더라면 유전되지 않는 건강한 아이를 무사하게 출산했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더불어 엄 씨는 “희귀질환 형제를 둔 비장애 자녀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가지고 성장하게 된다”면서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산을 기피하거나 비혼주의를 주장하기도 한다”고 했다. 

엔젤만증후군 환자 어머니인 조애리 씨도 “일가정 양립이나 양육 지원, 주거 문제 해결 등의 정책들도 매력적인 정책임에 틀림없지만 그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바로 희귀질환, 유전질환 가족력이 있는 성인 비장애인 형제와 자매들이 아닐까 싶다. 정부의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에는 이들의 불안함과 이들의 요구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애리 씨는 “이미 성인 비장애인 형제·자매들은 가족이 어떤 어려움을 경험했는지 봤기 때문에 결혼·출산에 대해서는 불안함과 공포를 갖고 있다”며,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방법은 정확한 유전자 검사, 그리고 전문적인 유전상담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여한 패널들 모두 유전상담서비스 지원을 저출산 추세 반전 대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동의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박선권 입법조사관은 “유전상담서비스는 과학적이고 입증된 정보 증거 기반 정보를 통해서 출산을 앞두고 있는 국민들에게 취사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정책 개발의 필요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과학적으로 건강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정부에서도)정책 모델을 만드는데 좀 더 고심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출산 지원이나 고위험 지원 확대 등의 진료비 지원, 유전 가족력이 있는 경우 선별 지원 대상으로 해서 저출산 대책에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도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정책이 좋다고 해도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따라서 출산을 기피하는 성인을 위한 출산 유도 지원책 정책이 필요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은 “발달장애나 자폐증, 희귀질환을 앓고 있어 그러한 가족력이 있는 가정이라면 직계를 넘어 사촌들마저 아이를 낳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력이 있지만 비장애인 형제·자매들을 상대로 유전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되기 위해서는 임상유전학 전문의와 자격을 갖춘 유전상담사가 함께 제공하는 유전상담서비스를 의료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박소연 과장은 “저출산 정책 타깃을 3그룹으로 나눈다면 하나가 무슨 정책을 써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그룹, 또하나가 정책을 쓰지 않아도 아이를 낳는 그룹, 그리고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그룹인데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그룹에 타깃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통해 무슨 수를 써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 분들까지도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좀 더 세밀하게 정책들을 설계하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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