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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대들, ‘과오’ 고백…“정원 증원 2000명은 무리한 희망규모에 불과해”

신찬수 이사장 “정부에서 제시한 근거 중 의대정원 확대 가능 부분 파악 안돼”

의대 정원 증원 근거로 제시되던 자료 중 하나인 지난해 교육부 주관 수요조사는 엉터리로 이뤄진 조사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욱이 2025년도 입학 정원의 경우에는 확대가 가능한 범위는 350명 수준인데, 이마저도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해 실제로는 얼마나 추가로 확충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정부의 교육 자원 확충 투자 의지도 불확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들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성명을 19일 발표했다.


먼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과 이에 항의하며 휴학원 제출 등을 결의한 학생들로 인해 교육현장의 대혼란이 초래된 현실에 참담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2000명이란 수치는 지난 1월 9일 본 협회가 2025학년도 입학에 반영할 증원 규모로 제안했던 350명과 큰 괴리가 있으며,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라고 비판했다.

특히, KAMC는 지난해 교육부 주관의 수요조사 당시 각 대학(원)의 실제 교육 여건에 비춰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당국에 제출했다고 스스로 과오를 밝혔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지난해 교육부 주관 수요조사 당시 각 대학의 사정에 의해 희망적 또는 이상적인 수치가 산정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합산돼 2000명이라는 큰 숫자가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보다는 그 당시의 대학의 미래나 이상 등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됐거나 대학본부 등의 입장이 반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신 이사장은 “KAMC에서 제안했던 2025학년도 입학 정원 확대가 가능한 수치인 350명도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추산된 것이 아니라 대학 입시 요강을 발표해야 하는 5월이 다가옴에 따라 단기간에 증원이 가능한 수치를 예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350명이라는 숫자도 실질적으로 2000년에 이뤄졌던 의약분업을 통해 감축됐던 의대 정원을 회복 정도에 불과하며, 이러한 숫자가 산출될 수 있었던 이유도 2000년 당시 현재 의대 정원보다 350명 이상 더 많은 학생을 교육하고 있었던 것을 고려해 아직도 해당 규모의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추측 하에 예측된 수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신 이사장은 “정부에서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 동안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육 자원 확충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만 할 뿐, 얼마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지원이 이뤄져도 국립대학교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밝힌 의대 정원을 추가로 2000여명 늘리려면 교육 자원 확충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정부가 밝힌 내용대로라면 언제 의대 정원을 계획대로 확충할 수 있을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신 이사장은 서남의대 폐교 당시 전북의대와 원광의대에서 서남의대의 정원을 흡수했으나, 정작 강의실 증축 등의 지원은 정원 확대가 이뤄진지 3년이 지난 시점부터 받을 수 있었음을 추가로 밝히면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의대에서 자체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할 수 없는 이유가 의대에서 교육에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일부 의혹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신 이사장은 24년의 기간이 흐르면서 대규모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방식에서 소규모 강의실 또는 실습실에서 참여형 실습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방식으로 전환됐음을 고려해야 하며, 추가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보하고 싶다면 이에 따른 강의실 등의 확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의대생들을 가르칠 기초의학 교수진의 부족도 의대 정원 증원이 어려운 문제점으로 올라왔다.

KAMC 정책연구소 이종태 소장은 “의학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교육인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가 꾸준히 줄고 있는 추세로, 현재 최 5년간 기초학의 핵심 6개 교과목의 의사 출신 교수가 약 1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부실 교육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음을 우려했다.

KAMC는 대학입학 이후 전문의로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10여 년 걸리는 긴 교육훈련 기간과 급격한 인구감소를 고려하면 인력수급 정책은 20-3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원안대로 집행될 경우,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우리나라의 의학교육 수준을 다시 후퇴시키는 우를 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애초에 신 이사장은 “정부에서 의대 정원 2000명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다가 2~3일 전에 보고서 형식으로 된 관련 논문 3편을 제시했는데, 해당 자료에 대해 아무리 검토해도 어느 부분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해도 된다는 근거로 발췌한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 제시한 근거자료 3편 중 2편은 의료인력 추계를 위해 발주된 연구가 아니라 다른 주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의료인력 부분이 조금 나와있는 형식의 보고서였다”면서 제대로 된 근거자료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임을 피력했다.

이를 이유로 KAMC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고 싶다면 그 근거를 지금이라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만약 보건복지부에서 의사 수 연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2000명 증원계획의 철회해야 하며, 이후 열린 자세로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의료체계 수립전략 하에서 의사인력 충원 계획을 재조정하고 의료인력 수급을 조정할 법제화된 거버넌스 구축 등을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KAMC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앞서 기존에 배출된 필수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증원된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함께 무작정 대규모 증원을 추진할 경우 기대했던 정책효과는 거두지 못할뿐더러 향후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KAMC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들은 과도한 증원 등 불합리한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표현의 방식으로 휴학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국가 보건의료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진지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입학하게 될 신입생들에게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음은 물론 기존의 재학생들에게까지 부실교육의 여파가 미칠 수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KAMC는 전공의 사직과 학생들의 휴학원 제출 등 현 사태 해결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미래 방향을 결정할 정부당국의 지혜로운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의과대학 학(원)장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자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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