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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필수의료 전문의 수, 이미 인구 증가율 대비 많아… 의대 정원 확대가 답 아냐”

바른의료연구소 윤용선 소장, “전문의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문제”
당장 가용한 필수의료 전문의 활용해야… “봉직의 근무 인력 복귀·기존 인력 이탈 방지 중요해”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반박하는 10년간 국내 전문의 증가율이 이미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주 정부는 의대 정원 적정 확대 규모에 대한 40개 의과대학 수요조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니,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계산이 있다.

반면 의사들은 필수의료 전문의를 배출하기까지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므로 의대정원 확대가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이미 배출된 전문의 수가 충분하다고 맞섰다. 오히려 의대정원 확대가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봤다.


바른의료연구소(소장 윤용선)는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0~2020년 인구 당 전문의 수 변화’ 국가통계자료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필수의료 위기를 의대정원 확대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윤용선 소장은 2010년대 초에 대한의원협회 초대·2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최근 바른의료연구소 제2·3대 정인석 전 소장에 이어 제4대 소장으로 취임하며 공식 석상에 오랜만에 등장했다.

윤용선 소장은 “요새 의대증원이 큰 이슈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를 살리고,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자고 하는데, 전문적인 의료를 하는 ‘전문의’의 통계를 비교해보면 답이 될 것 같아 살펴봤다”고 말했다.

바른의료연구소가 인용한 국가통계자료(KOSIS)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민국 인구는 4955만 명에서 5183만 명으로 4.6%에 증가했다. 전문의 수는 73,428명에서 103,379명으로 약 40.8% 증가했다. 인구 10만명 당 전문의 수로 보면 148명에서 199명으로 34.6% 증가했다.

윤용선 소장은 “인구 증가율보다 전문의 수 증가율이 높음에도 필수의료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배출된 상당수의 전문의가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고 있으며,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들의 이탈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인성 질환 진료와 관련해서는 “65세 인구의 증가율이 51.9%로 전문의 증가율보다 더 높긴 하지만, 노인성 질환 진료와 관계된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등의 전문의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며 “이런 과들은 현재 의료 이용에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와 관련해서도 최근 10년간 15세 미만 인구 수는 21% 감소하고 있으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32.7% 증가했고, 최근 코로나19 이후 아동병원 줄폐업, 소아과 오픈런으로 나타나는 소아청소년과의 위기가 결코 전문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말했다.


윤용선 소장은 “정당한 수가와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면책, 필수 의료 인력이 비필수 진료로 이탈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는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지류를 바꾸는 것이 아닌 댐을 허무는 것과 같고, 이는 필연적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의료연구소 측은 의대정원 확대 대신 이탈한 전문의들이 다시 필수의료 현장에 돌아오고, 현재 인력의 이탈을 막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한 이는 정부와 공공 기관의 의지가 있으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봤다.

윤용선 소장은 “주요 대학병원 같은 경우도 교수가 모자란 것으로 알고 있다. 비필수의료에 있는 인력이 필수 인력으로 가게끔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그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교원이 되기 위해 SCI 통과 논문이 몇 개 필요하다는 규정 등을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를 공공재라고 이야기하면서, 정부 또는 공공기관은 돈을 쓰거나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의사들에게 물으며 의사 수를 증원시키자는 게 지금의 논리다.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다. 최소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환자 진료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재현 실장은 “사실 개원한 의사가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학병원 교수에서 은퇴한 경우 중 상당수는 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에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다. 이런 분들만 대학병원으로 돌아가도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 지역의 예를 들면 대학병원마다 인터벤션 클리닉, 중재 시술을 하는 의사가 부족하다. 이들은 급여가 높거나 응급 수술을 덜 해도 되는 종합병원으로 간다. 의사 배출에 12~15년 걸리는 의대 증원이 아닌 봉직의들이 다시 돌아가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현덕 실장은 “이탈 인력의 복귀도 중요하지만 수련된 인력이 이탈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른의료연구소 측은 의대 정원 확대는 거래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견을 보였다. 의료 시스템을 고쳐나가면서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면 논의를 할 수 있겠으나, 명확하게 시스템이 잘못돼 있는데 시스템을 먼저 고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를 같이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 이동길 변호사는 “필수의료 개선 정책과 함께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이중적으로 국민들에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의대 정원 확대가 제도 개선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사들이 필수의료과 전공 과정을 밟고도 미용 등 비급여과로 다수 이동하는 것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인데, 의사 수가 늘어버리면 10년 뒤 더 레드오션이 될 것을 고려해 당장 비급여 선호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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