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폐지 및 검체검사료 분리청구’ 방침에 큰 우려와 유감의 뜻을 밝히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독단적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거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인 일부 수탁기관의 과당 경쟁은 외면하고, 그 책임을 대다수 선량한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부당한 처사다. 결국 이는 저수가 체계 속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의료기관의 사기를 꺾고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정일 뿐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폐지 및 검체검사료 분리 청구 방침을 결단코 반대한다.
1. 검체검사 위탁관리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검사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부터 전문적인 검체 채취·관리, 그리고 그 결과를 임상적으로 해석하여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까지, 의사의 핵심 의료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다. 단순히 ‘불공정 거래’라는 프레임을 씌워 관리료를 폐지하는 것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조치이다. 현재 검체검사를 위탁하는 기관의 대부분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이며, 만성질환 관리와 암 검진 등에 검체검사는 필수적이다. 제도를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 필수의료 전담 일차의료기관의 붕괴를 가속화하여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2. '분리 청구' 의무화는 행정 대란과 환자 피해를 초래하는 졸속 방안이다. 5만 개가 넘는 검사 코드를 이중으로 관리해야 하는 전산 시스템의 대혼란은 물론, 환자에게는 진료비와 검사비를 따로 내는 이중 결제의 불편과, 민감한 개인 질병 정보가 수많은 검사 기관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까지 떠 안기게 된다. 나아가 비급여 검사 등의 복잡한 정산 문제, 의료행위의 주체에 대한 책임소재 불명확, 청구시스템 관리 및 비용 지급의 혼란 등 감당할 수 없는 청구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3. 정부는 스스로의 약속과 연구 결과를 모두 저버리며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2022년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2023년 자체 예산으로 연구용역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마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의 혈세로 진행한 연구 용역 결과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 이처럼 객관적 근거를 숨기는 것은 명백한 국민 기만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독선적 행정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제도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관행의 본질을 이해하고 의료계와 함께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안과의사회는 정부의 무책임한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폐지 및 검체검사료 분리 청구 방침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2023년 보건복지부가 연구용역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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